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이 우정사업본부에 항의하며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1층 로비에서 점검 농성에 돌입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1시쯤 포스트타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합의의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노조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일 위탁배달원들에 대해 연말까지 개인별 분류를 시행하고, 그전까지는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제시한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산정된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갑자기 지금까지 분류 비용을 수수료에 포함해 지급해왔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그는 “택배 노동자들이 매달 받아보는 수수료 지급 명세 그 어디에도 분류 비용 명세는 찾아볼 수 없는데도 본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우왕좌왕하는 본부 메시지의 배후에 정부와 여당의 압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롯데택배 운중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임모(47)씨의 동료 김씨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임씨는 오래전부터 하루 16시간 이상의 과로에 시달리면서 힘들어했다”며 “물량이 몰리는 명절에는 밤을 새우면서까지 배달을 계속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리점 측에 과로 문제를 경고하고, 물량 조정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며 “이제 다음에는 또 어떤 동료가 쓰러질지 걱정스럽다”고 울먹였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불법 집회’에 해당한다며 수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노조원들 몇몇이 흥분해 경찰을 향해 달려들며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기자회견 이후 노조는 포스트타워 로비 점거 농성을 이어갔다.
택배노조와 우정사업본부는 분류 인력·집배원 투입 문제로 최근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우정사업본부가 분류 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노조에서 배송을 거부하며 생긴 업무 공백에 집배원들을 투입한 것에 대해 “노조를 무력화할 목적”이라 반발하기도 했다. 우체국 택배는 정규직 집배원과 비정규직 집배원, 우정본부 우체국물류지원단 소속 위탁택배원 등이 나눠 배송하는 체제다.
그 중 위탁 택배원은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민간 택배기사와 비슷하게 취급되며, 이들 일부는 택배노조 소속으로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