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두 차례 연기된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이 14일 열렸다. 하지만 전씨는 여전히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항소심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피고인 전씨 출석 없이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56분부터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법령상 형사 사건 피고인은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한다. 그런데도 전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전씨 측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법리상 불출석한 상태에서 항소심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정식 문제제기는 없었지만 피고인 출석 없이 항소심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에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출석하지 않았다”며 “형사소송규칙 365조 2항에 의해 전씨 진술 없이 재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피고인 출석을 위한 인정신문이 피고인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공판 기록과 일치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재판부 주심이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판단돼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재판을 다시 연기할까 고민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봐 재판을 열었다”며 “이번 재판은 항소이유와 증거제출 계획을 듣는 정도로만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0일 첫 공판은 전씨가 출석하지 않아 연기됐고 같은 달 24일 재판은 법원의 실수로 재판 전 출석을 통지하는 소환장 송달을 누락해 전씨의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연속 불출석하면 법원은 전씨에게 구인장을 발부하거나 피고인의 진술 없이 검찰 측 추가 의견만 듣고 판결이 가능하다.
고소인 조영대 신부는 이날 “전씨가 뉘우치고 회개·사과하면 광주시민들은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무리 도망가고 부정해도 그 죄는 가려질 수 없다”고 불출석한 전씨를 비판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 전씨가 출석하지 않자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궐석’으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전씨는 2017년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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