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 쌀, 의약품까지 불태운 미얀마 군경…커지는 위험

입력 2021-06-15 00:10 수정 2021-06-15 00:10
미얀마 군부에 의해 소각, 파괴된 물자. 채널뉴스아시아 특파원 메이 웡 트위터 @MayWongCNA

쿠데타 주도 세력인 미얀마군부와 주민 자체 무장 조직인 시민방위군 간 충돌로 미얀마 곳곳에서 다수의 피란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군경이 피란민을 위한 식량과 의약품까지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 및 SNS에 따르면 지난주 샨주 남부 지역인 페콘에서 미얀마 군경이 피란민 3000여명을 위한 쌀과 의약품을 불태웠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군경의 방화로 총 쌀 80포대와 식용유 3통, 건조식품, 의약품, 차량 2대가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경과 시민방위군이 지난주 격렬하게 충돌한 날 마을 주민들이 피란민들을 위해 식량을 모았는데, 시민방위군이 물러나자 군경이 마을로 들어와 모두 불태웠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지사제 등 약품도 함께 불탔다. 현재 3000여명의 피란민들은 그들이 가진 약간의 쌀을 나눠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에 타고 흙이 섞여 못 먹게된 쌀. 채널뉴스아시아 특파원 메이 웡 트위터 @MayWongCNA

현재 미얀마 동부 샨주와 카야주에서는 시민방위군이 군경과 충돌하고 있다. 이에 기존 거주민들은 인근 삼림 지역에 머물며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부는 식량과 의약품이 시민방위군에 전달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피란민들을 위한 식량과 약품 등의 수송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피란민들은 배고픔과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군사정권에 맞서 출범한 국민통합정부(NUG)의 아웅 묘 민 인권장관은 SNS에 “카렌주 및 기타 지역에서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파괴하고 제한하는 것은 미얀마 군부가 자행한 또 다른 범죄”라며 “이런 범죄로 인해 기아와 질병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부에 의해 훼손된 물자. 이번 방화로 의약품, 쌀 등이 훼손돼 피란민들은 지원물자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채널뉴스아시아 특파원 메이 웡 트위터 @MayWongCNA

현지인들은 SNS를 통해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특히 서부 친주에서 동부 카야주까지 곳곳에서 군부-반군부 진영 간 충돌을 피해 산악 지대나 밀림으로 숨은 피란민들이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 중에는 “카야주에서는 감기에 걸려 죽은 피란민이 50명이나 되며 이들 가운데에는 생후 6일 된 영아도 포함됐다”며 “이들은 전투를 피해 숲속에 숨었지만, 의약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는 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