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아를 레프트로 기용하는 전술을 들고 나온 스테파노 라바리니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8연패를 마감하고 2승째를 챙겼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미니의 리미니 피에타에서 열린 VNL 넷째 주 예선 라운드 11번째 경기에서 세르비아에 세트 스코어 3대 1(25-13 23-25 25-13 25-2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 태국을 3대 1로 누른 뒤 기록한 8연패를 마감하고 2승(9패) 승점 7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참가한 16개국 중 15위에 머물러 있지만, 세계 랭킹 9위로 한국보다 랭킹이 5계단 높은 세르비아를 잡아내면서 가능성을 봤다. 세르비아는 이날 패배로 4승 7패 승점 14째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에서 라바리니 감독은 박정아를 김연경과 함께 레프트로 기용하고 정지윤을 라이트에 내세웠다. 출국 전 인터뷰에서 “박정아는 라이트 포지션을 소화할 수도 있고, 레프트가 해야 할 리시버 역할을 대신하는 깜짝 전술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며 멀티 포지션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를 실행한 것.
‘플랜 B’는 세르비아를 상대로 제대로 먹혔다. 박정아는 187㎝의 큰 키로 중요 순간마다 측면에서 블로킹 득점을 올렸고, 리시브도 준수하게 수행해냈다. 블로킹 효율(42.86%)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았을 정도. 정지윤도 힘 있는 스파이크로 상대 코트를 공략했고, 후위 공격에도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김연경까지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공격을 이끌어 세르비아를 격침시킬 수 있었다.
김연경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7득점을 올렸고, 정지윤(14득점), 박정아(12득점)도 제 몫을 다 했다. VNL처럼 세계적인 강팀들을 연일 상대할 2020 도쿄올림픽에선 선수 교체 없이 매 경기를 소화할 수 없다. 박정아를 레프트에 세우는 카드는 한국의 ‘플랜 B’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소 무기력했던 세르비아를 상대로 1세트를 여유 있게 따낸 한국은 세터와 센터를 모두 교체한 세르비아와 접전 끝에 2세트를 내줬다. 심지어 세터 안혜진이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돼 컨디션 좋던 이날 경기도 내줄 위기였다.
하지만 교체된 세터 김다인과 정지윤의 호흡이 좋았고, 김연경이 공격의 고삐를 당긴 데다 박은진의 서브 에이스까지 간간이 터지면서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세르비아는 3세트에만 범실 10개를 저지르는 등 경기 후반 자멸했다. 결국 4세트 23-23에서 김연경의 쳐내기 득점과 박은진의 서브 에이스가 연달아 터지며 한국은 2승째를 챙겼다.
승리한 선수들은 포효하며 한 데 엉켜 승리를 자축했다. 8연패 수렁을 탈출한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 경기는 15일 오전 1시 열리는 캐나다전이다. 캐나다는 현재 승점 10점으로 12위를 마크 중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