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가 조선시대 삼정승이 근무하던 의정부의 중심건물 정본당이 있었던 자리이고, 여기는 재상들이 모여 회의하던 석획당의 주춧돌이 발굴된 곳입니다.”
조선시대 고종때인 1865년 경복궁 중건과 함께 지어진 재건된 의정부 중심건물 터와 유적들이 150여년만에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 핵심지에 위치한 중요 문화재가 정비되는 현장을 시민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의정부 유적 현장공개 프로그램을 21일부터 23일까지 총 3회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시민들은 의정부지 내 정본당(영의정·좌의정·우의정 근무처), 협선당(종1품·정2품 근무처), 석획당(재상들의 거처) 등 주요 유구를 통해 조선시대 관청의 배치, 규모, 격식 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의정부 유적의 보존처리 과정도 처음 공개된다. 건물지 석부재를 전문적으로 세척하거나 보존경화처리 하는 모습 등 일반인이 보기 어려운 문화재 보존처리 과정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아울러 의정부 유적 현장에서 4년간 발굴조사를 이끌었던 학예연구사의 생생한 발굴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궁궐전문가 홍순민 명지대 교수의 강연도 함께 진행된다. 의정부뿐 아니라 주변에 위치한 중학천, 청진동, 육조거리 등을 탐방하며 도심 속 역사의 흔적을 살펴본다.
참가를 원하는 시민들은 15일부터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매회 20명씩 선착순 모집한다.
서울시는 7년여에 걸친 학술연구·발굴조사 끝에 지난해 9월 24일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558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최고행정기관 의정부 유적을 도심 속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13년 의정부 터를 처음 확인하고 2016~2019년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의정부 중심건물과 부속건물, 고위관리들이 쉬면서 음주가무를 즐겼던 후원(연못과 정자)의 기초부를 확인했다. 또 의정부 터에선 백자청화운봉문 항아리편 등 760여점의 다양한 유물도 출토됐다.
의정부지가 정비되면 그동안 사료로만 추정했던 유적을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 전까지 의정부는 경복궁 앞에 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건물의 배치나 규모는 지도나 문헌자료를 통해 대략적으로만 추정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새 광화문광장 조성 과정에서 대거 발굴된 삼군부, 사헌부 터 등 육조거리(조선시대 관청가)를 조명하는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해 의정부를 비롯한 광화문 일대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환기시킬 계획이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로 발굴조사를 통해 의정부와 마주하고 있던 삼군부(군사업무 총괄), 사헌부(관리 감찰) 등 조선시대 주요 관청의 위치와 건물기초가 확인됐다. 특히 ‘동문서무’(東文西武), 즉 의정부 등 문(文)과 관련된 관청은 동쪽에 두고, 무(武)와 관련된 관청은 서쪽에 둔다는 조선시대 육조거리의 조성 원칙을 유적을 통해 확인했다.
시는 의정부 터(1만1300㎡)에서 발굴된 건물지, 초석 등을 보존처리한 뒤 유구 보호시설을 세워 유적을 원위치·현상태로 안전하게 보존하고 주변에 공원 등을 조성해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는 2023년 개관을 목표로 진행될 유구 보호시설 건립을 통해 의정부 터 유구를 원형대로 보존할 경우 의정부 영역의 핵심구역이 현대 도심과 공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역사보존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붓샘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학예연구사는 “육조거리 중 의정부 터만 지하가 개발되지 않아 유적이 온전하게 남아있다”며 “재상들이 모여 국정을 논했던 석획당은 1940년대 중반까지 존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