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배는 불룩한 데 팔·다리는 가는 ‘ET형 몸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흔히 ‘마른 비만’으로 불리는 이런 사람들은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 교수팀은 심혈관 질환력이 없는 20세 이상 1만9728명(평균 53.4세)을 분석해 근감소증 전단계여도 복부 비만을 동반하면 관상동맥 석회화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14일 밝혔다.
관상동맥은 심장이 쉴새없이 뛸 수 있도록 피를 공급하는 중요 혈관으로, 석회화(혈관 내부 벽에 칼슘 찌꺼기들이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킴)가 심해지면 혈관이 막혀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감소증은 팔·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육이 크게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연구 참여자 중 복부 비만만 확인된 사람은 4023명으로 전체의 20.4% 에 달했다. 복부 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자는 90㎝, 여자는 85㎝ 이상인 경우 해당된다.
근감소증 전단계이면서 복부 비만을 동반한 사람은 2825명(14.3%), 근감소증 전단계에만 해당된 사람은 1486명(7.5%)이었다. 근감소증 전단계는 20세 이상 40세 미만 남녀 평균 골격근 지수와 비교했을 때 ‘-1 표준편차’에 속하는 경우다.
정상군으로 분류된 사람은 1만1394명(57.8%)이었다.
연구팀은 각 그룹별로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를 받은 사람들을 추려 상대 위험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정상 그룹의 경우 32.8%에서 관상동맥 석회화가 확인됐다. 복부 비만 그룹은 38.9%, 근감소증 전단계만 해당된 그룹은 44.1%, 근감소증 전단계와 복부 비만이 동시에 나타난 그룹은 56.8%에서 관상동맥 석회화 소견을 보였다.
이를 토대로 상대 위험도를 계산한 결과 정상 그룹 기준으로 복부 비만 그룹의 관상동맥 석회화 유병률은 1.36배 더 높았다. 근감소증 전단계 그룹은 1.98배, 근감소증 전단계와 복부 비만 동반 그룹은 2.16배까지 증가했다.
김재현 교수는 “노년에 건강한 삶을 누리려면 근육에 투자하는 게 무엇보다 필수”라며 “근육이 감소하고 살이 찌면 움직이기 어려워 근육감소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는 만큼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활발한 신체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내분비학회지(European Journal of Endocrinology) 최근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