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군복무 중 조현병 발병·악화…유공자 인정해야”

입력 2021-06-14 10:12
국민일보DB

군 복무 중 정신질환이 발병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병영 내 구타 등으로 오히려 병세가 악화됐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3년간 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심사대상 중에서 군 복무 중 질병이 발병했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증상이 심해진 13건을 재심의하라고 국가보훈처에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권익위가 재심의를 권고한 사례 중 하나인 A씨 경우는 군 복무 중이던 1979년 2월 정신착란 증상이 나타났으나 의무관으로부터 ‘심한 육체적 작업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소견을 받고 부대 내 공사에 투입됐다. A씨는 심한 육체 노동을 했지만 정신질환 증세는 오히려 심해져 결국 의무대에 입실해야 했다.

이에 더해 퇴원 뒤에는 훈련 도중 선임병으로부터 총기 개머리판으로 구타를 당했고 질환이 악화, 결국 1980년 8월 의병 전역했다.

A씨는 이후 조현병 판정을 받아 2005년 1월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공상군경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해당 질환이 공무 관련 질병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와 관련된 두부 손상 등 특별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객관적 입증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권익위는 그러나 A씨가 조현병 진단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선임에게 구타를 당해 육체적·심리적 외상 경험이 정신질환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재심의를 권고했다. 심리·사회적 요인을 배제하고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을 심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안준호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병 전역자의 입증 책임은 다소 완화하고, 국가 증명책임은 다소 강화해야 한다”며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