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골 세리머니로 옛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
손흥민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최종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21분 페널티 킥으로 역전골을 넣었다.
이후 카메라로 달려간 손흥민은 손가락으로 숫자 ‘23’을 만들며 “크리스티안, 스테이 스트롱, 아이 러브 유(Christian, stay strong, I love you)”를 외쳤다. 23번은 손흥민의 옛 토트넘 팀 동료 에릭센의 토트넘 시절 등번호다.
에릭센은 같은날 펼쳐진 덴마크와 핀란드의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경기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졌다가 현재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손흥민은 에릭센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이런 감동의 세리머니를 준비한 것.
손흥민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릭센과 연락을 했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며 “저는 자고 있어서 경기를 못 봤지만 일어나서 소식을 듣곤 마음이 불편했다”고 세리머니에 대해 설명했다.
손흥민과 에릭센은 2015-2016시즌부터 2019-2020시즌 전반기까지 3년 넘게 토트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에릭센의 도움으로 손흥민이 많은 골을 기록하기도 했고, 2018-2019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합작했다.
에릭센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팀원들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걸로 알려졌지만, 손흥민은 걱정을 지울 수 없었던 걸로 보인다. 손흥민은 “같이 뛰는 동료가 그런 일을 당해서 걱정이 많이 됐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였기에 경기를 하는 도중에도 신경이 쓰였다”고 염려했다.
동료를 위한 세리머니를 준비한 손흥민은 레바논전 역전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손흥민은 “저희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하면 최종예선 가서도 힘든 경기를 할 수 있다. 실수로 경기 말리고 시작한 건 저희 잘못”이라며 “하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자평했다.
대표팀은 이제 월드컵 최종예선을 준비한다. 손흥민은 “(최종예선에선) 모든 부분이 다 발전해야 한다. 2차예선은 쉽게 갔지만, 최종예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난 이번이 세 번째다. 얼마나 긴 여정인지 선수들에게 잘 이야기해주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엄청 바빴던 시즌이라 일단 편하게 쉬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힐링이 될 것”이라며 “휴가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설레고 기쁠 테지만, 너무 놀지 않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고양=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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