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겨냥 무더기 입건 공수처… 의도 두고 해석 분분

입력 2021-06-13 17:27 수정 2021-06-13 18:2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이 수사 대상인 사건을 잇따라 입건하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부서(수사2부·3부) 소속 검사가 9명 뿐인 공수처에서 ‘무더기 입건’에 나선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현재까지 9개 사건을 입건했다. 1~2호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별채용 의혹, 3호는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4호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이다. 5~6호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7~8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의혹 고발 사건, 9호는 부산 엘시티 수사 관련 고발 사건이다.

검찰을 겨냥한 무더기 입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윤 전 총장 등 무게감 있는 사건들을 입건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있다. 검찰은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사건에 ‘형제 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고소‧고발 사건의 입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처수리사건으로 접수한 후 검사가 수사 필요성을 검토한다. 이후 직접수사 필요성이 있는 경우 ‘공제 번호’를 붙이고 입건한다. 검찰과 달리 입건에 공수처의 해석 및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공수처와 검찰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진행된 입건이 시기적으로 미묘하다는 시각도 있다. 윤 전 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 방해 의혹은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렸던 사안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징계 복귀 뒤 사건을 배당하는 과정에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직무 배제됐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대검은 규정에 따른 배당이라고 설명해왔다. 만약 공수처가 임 연구관 등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경우 정치적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사건을 입건해 들고 있으면 정치권에서 입맛에 맞게 확대재생산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 수사에 여권이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 사건을 입건하면서 대외적으로 균형감 있게 수사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된 고소‧고발 사건의 입건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몇몇 사건의 경우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입건하지도 않고 처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통상적 절차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