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Y 로스쿨 신입생 중 지방대 학부생은 ‘0명’

입력 2021-06-13 17:08
지난 1월 서울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에서 열린 제10회 변호사시험에 응시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신입생 중 지방대 학부 졸업생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사법고시와 비교할 때 출신학교의 다양성이 더욱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각 대학으로부터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2021년 전국 로스쿨 신입생 자료’를 국민일보가 13일 분석한 결과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신입생 403명 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포스텍) 등 지방에 소재지를 둔 특수대학을 제외하면 비수도권 대학 출신 학부생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403명 중 특수대학을 제외하고 서울 밖 대학을 졸업한 신입생은 연세대 로스쿨에 입학한 단국대 출신 1명이 유일했다. 단국대가 학교 이전을 해 사실상 ‘인 서울(서울소재 주요대학)’ 학교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403명 전부 주요 대학 출신인 셈이다.

지난해도 사정은 비슷해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신입생 중 지방대 출신은 전남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로스쿨에 입학한 1명이 유일했다. 올해는 이마저도 사라져 ‘0명’이었다. 서울 소재 전체 12개 로스쿨로 확대했을 때도 지방대 출신은 드물었다. 올해 1070명 전체 신입생 중 서울 밖 대학 학부 출신은 6명(0.56%)이었다. 하지만 6명 중 비수도권 대학 출신은 건국대 로스쿨에 입학한 춘천교대 출신 1명이 유일했다.

이에 비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를 졸업하고 이들 세 학교 로스쿨에 입학한 경우는 87.1%로 지난해 대비 1.5% 포인트 증가했다. 24개 로스쿨(전국 로스쿨 25곳 중 자료 제공하지 않은 인하대 제외) 전체 신입생으로 놓고 봐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 출신의 비율은 50.87%로 지난해 대비 4.6% 포인트 증가했다. 예비 법조인 절반이 세 개 대학 출신인 상황인데 그 비중도 차츰 높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들 대학 출신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 로스쿨 입시 평가 성적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학생을 육성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능력과 출신을 고려하기보다 학부 성적이나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 등 숫자 지표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 다양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사법고시 제도와 비교해 출신 학교의 다양성이 더 줄어들고 있는데, 학생 선발 과정에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대 출신 로스쿨 신입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경찰대 출신은 78명이 로스쿨에 입학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원광대 로스쿨은 총 63명의 신입생 중 경찰대 출신 비율이 17.4%(11명)로 가장 높았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