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허위신고 적발 건수는 3만8000건에 달했지만 관련 법에 따라 처벌된 사례는 단 1건밖에 없었다. 기업이 배출량 조작 등 불법으로 사익을 편취하더라도 처벌받을 확률은 고작 0.002%에 그친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이행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봐주기식 행정이 초래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업체 637곳 중 515곳(81%)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허위로 신고했다. 2015년에 탄소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허위신고 내역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매년 할당 대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지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 12만5000t 이상인 업체 또는 2만5000t 이상인 사업장을 보유한 업체가 적용 대상이다. 지난해엔 637개 업체(8204개 사업장)가 대상이었다. 이들 기업은 정부에서 할당받은 배출권의 여분 또는 부족분을 거래소에서 매매하고 해당 거래명세를 회계처리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들은 지난 3월까지 전년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결과(명세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한국환경공단은 명세서 적합성을 평가한 후 환경부에 다시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10곳 중 8곳 이상이 허위신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악순환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대상 업체의 88%가 허위로 쓴 명세서를 낸 데 이어 2017년에는 이 비중이 90%까지 치솟았다. 2018년과 2019년에 허위신고한 업체는 각각 85%, 86%였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한 명세서 허위신고 건수를 합치면 3만7896건에 이른다. 2016년에는 허위신고 건수가 1만3000건에 육박했고 작년에는 5188건을 적발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43조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거나 거짓 신고한 업체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정부의 시정·보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도 동일하게 처벌받는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9년 적발한 1건의 허위신고에 대해서만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 3만7895건은 처벌 없이 넘어갔다. 비율로 따지면 0.002%로 처벌 규정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배출량의 급격한 증감 및 배출시설 누락’ 등 고의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평가 항목에서 8726건의 오류를 적발하고도 처벌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업체들이 실수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잘못 적어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고의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까지 제시하진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이런 부분(명세서 신고)까지 옥죄면 업체들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작년 한 해 동안 탄소배출권 할당 대상업체의 81%, 5188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허위로 신고됐지만 환경부의 ‘봐주기 식, 안이한 관리·감독’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허위신고가 많은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허위신고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