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일찍 종영된 전작 ‘조선구마사’을 잊히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땅끝 시골마을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소년들의 도전에는 소년 만화 ’슬램덩크’의 열정과 ‘전원일기’의 따스함이 스며있다.
지난달 31일 방영을 시작한 ‘라켓소년단’은 호화캐스팅 없이도 3회 연속 월화드라마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지난 8일 방영된 4회도 같은 날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에 밀려 2위를 차지하면서도 5.2% 시청률을 유지했다.
‘라켓소년단’은 앞선 스포츠 드라마보다 밝은 분위기로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감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놓고도 유쾌함을 그렸던 정보훈 작가가 자신의 특기를 살렸다.
극 중 상황이 가볍지만은 않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현종(김상경)이 땅끝마을 해남에서 배드민턴 코치 자리를 구하면서 내려온다. 이 때문에 주인공인 아들 해강(탕준상)은 서울에서 해오던 야구 선수 생활을 포기한다. 현종이 코치로 부임한 해남서중에는 단 세 명만이 배드민턴 선수로 활동한다. 단체전조차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소외된 지역에서 해체를 앞둔 배드민턴부의 위기는 소년들의 청량함으로 잊힌다. 합숙할 곳도 제대로 없이 시골에서 운동하는 이들도 영락없는 10대 소년이다. 주장 방윤담(손상연)은 읍내 빵집 아들로, 나우찬(최현욱)은 힙합에 푹 빠진 소년으로, 이용태(김강훈)은 국가대표 이용대의 팬으로 서로 어우러진다. 마음이 닫힌 해강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배드민턴 하나에는 진심이다. 해강이 포기한 야구를 뒤로하고 배드민턴으로 빠져들어 가는 모습에는, 승부욕 가득했던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엿보인다.
소년들을 감싸주는 건 전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정이다. 서울에서 살 곳이 없어 온 땅끝마을 낡은 시골집에는 합숙할 곳이 없는 소년단까지 머문다. 손자를 그리워하는 이웃집 오매할머니(차미경)과도 서로를 알아가며 정이 쌓인다. 이들이 마음을 열어가면서 밥을 나누는 풍경에는 ‘밥 짓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