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가 일본에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그동안 ‘대만 내 생산’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던 TSMC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미·중 무역 분쟁 등 격변하는 정세에 맞춰 해외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TSMC가 일본에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후보지로는 구마모토현이 거론된다.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인 소니의 공장이 인접한 지역이다. 닛케이는 “이미지센서, 차량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등의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12인치 웨이퍼로 16나노에서 28나노까지 공정을 가변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일본 정부가 TSMC에 약 19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TSMC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짓는 6개 공장은 5나노 미만의 초미세공정도 도입한다. 중국 난징에는 28나노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 업체 수주가 어려워지고, 각국이 반도체를 내재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지자 TSMC가 적극적으로 해외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말했다.
반면 파운드리에서 TSMC 추격에 나섰던 삼성전자는 투자에서 주춤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확정했지만 언제, 어느 지역에다 지을지는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평택 3라인에 들여올 파운드리 장비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를 적절한 시기에 하는 게 중요한 산업이다. 현재 파운드리에서는 TSMC의 투자규모가 삼성전자를 넘어서고 있다. 연평균 투자금액은 TSMC가 약 35조원, 삼성전자가 15조원 수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삼성전자로선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하지만 총수 부재 상황에서 결정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3나노 미만 초미세공정 개발에서 TSMC가 삼성전자보다 앞서있다는 평가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 업체도 TSMC가 장악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