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안했다” 반성문 쓰고 극단적 선택한 안동여고생

입력 2021-06-13 14:52
기사 내용과 관계 없는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안동경찰서(연합뉴스)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쪽지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은 여고생이 반성문에 커닝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뒤 수업 도중 학교를 빠져 나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12일 안동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경북 안동의 A 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B양은 지난 10일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 B양은 1교시 영어 수업 수행평가 도중 교사로부터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은 뒤, 교무실에 남아 반성문을 쓰던 중이었다.

해당 수행평가는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것이었다. 영어 교사는 B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해 커닝을 의심했다.

유족에 따르면 B양은 이를 부인했으나 해당 영어 교사는 B양의 말을 듣지 않고 부정행위로 간주했다. 이에 교사는 B양에게 2교시 음악 수업을 받지 못하게 한 뒤, 교무실 한쪽 공간에 앉아 반성문을 쓰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B양은 교무실에 홀로 남아 반성문을 썼다. B양은 이 반성문에 영어로 된 세 문장을 쓰고는 “수행평가지에는 (교사가 커닝했다고 판단한) 이 문장이 없다. 그런데도 0점 처리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썼다.

이후 B양은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학교 정문에서 경비원이 어딜 가느냐고 물었을 때 B양은 “문구점에 다녀오겠다”고 답했고, 외출증이 따로 없었음에도 B양은 큰 문제 없이 학교를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의 신고로 B양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B양이 이날 치른 영어 수행평가가 아주 쉬운 시험이었으며, 부정행위자로 몰린 뒤 더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양은 중간고사에서 전체 6등을 했을 정도로 우등생이라고 유가족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성문을 쓰게 한 영어 교사가 자리를 지켰거나 경비원이 외출 허락 여부를 따져 물었다면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해 투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교도 크게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B양이 학교를 나간 경위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