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대주교 “교황 방북 주선 역할에 최선”

입력 2021-06-13 09:22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는 12일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의 역할을 교황님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일”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교황청 장관은 한국인 성직자에게 처음인 역사적 사건이다”라며 “교황께서는 한국천주교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며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의 후예답게 주어진 소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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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주교는 다음 달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출국하며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한다. 통상 장관 임기는 5년이다.

앞서 유 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됐다고 교황청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의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 성직자성은 주교들과 주교회의의 권한을 존중하는 한에서 재속 성직자인 사제들과 부제들의 사목 전반을 심의한다. 이와 관련 주교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부서다.

유 주교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과 동시에 대주교 칭호를 부여받았다. 일반적으로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장관은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됨에 따라 유 대주교도 향후 추기경에 서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으로 한국인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만 있다.

충남 논산 출신인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총장을 거쳐 2003년 주교가 됐다. 그는 2005년부터 대전교구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임 서기로 선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성직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세종=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