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식객’으로 불리던 요리 연구가 임지호가 12일 별세한 가운데 곳곳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믿기지 않는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황교익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지호의 부음을 듣는다. 믿기지 않는다. ‘음식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붙잡고 있을 때 제게 많은 영감을 준 분”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2009년 임지호에 대해 썼던 글을 덧붙였다.
황교익은 “먼먼 옛날 요리사란 인간의 영혼을 채우는 제사장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재확인하고 있는 중이며 사람들은 그의 ‘요리 인식’에서 영혼의 안식을 맛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지호는 여전했다”며 “그의 음식을 한참은 더 받아먹어야 하는데, 황망하다”고 전했다.
고인의 빈소에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종영한 MBN 예능프로그램 ‘더 먹고 가(家)’를 통해 생전 고인과 연을 맺었던 강호동과 김수로는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함께 방송을 찍었던 제작진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시중 CP도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김 CP는 뉴스1에 “모두에게 따뜻한 아버님 같았고 모두 존경해마지 않는 분”이라며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어른이셨고 행동으로 보여주시던 분이셨다. 지병도 없으셨는데 갑작스럽게 가셔서 황망하다”고 했다. 그는 또 “상황이 되면 또 프로그램으로 만나자고 해주셨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195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0대 초반 집을 나왔다. 연탄 배달 등을 하며 전국을 떠돌며 방랑했다. 그러다 거지를 만나 마음을 고쳐먹고 시골 중국집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특히 자연 식재료를 그대로 활용하는 요리법으로 주목받으며 최상급 호텔 주방에서 일했다.
2000년대 초반 유엔 한국음식축제 한국대표로 참가한 뒤 스타 셰프 반열에 올랐다. 2006년 KBS 1TV ‘인간극장-요리사, 독을 깨다’ 편에 출연한 뒤 이름을 알렸다. 미국 최고 권위의 요리 잡지 ‘푸드 아트’의 표지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2017년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이 가진 상춘재 호프 미팅의 만찬을 메인 셰프로서 담당했다. 당시 화합, 치유, 원기 보충 등을 의미하는 자연식 요리로 눈길을 끌었다. 앞서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여러 방송을 통해 대중과 친밀감을 유지해 왔다. 2013년 자신의 방송 대표작인 SBS TV ‘방랑 식객 식사하셨어요?’를 비롯해 SBS TV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정글의 법칙’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해 10월엔 자신의 요리 철학,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에 출연했다. 평소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박혜령 감독의 영화로, 각종 고난 속에서도 ‘인생의 참맛’을 찾아 나서는 임 연구가의 여정을 담아 인기를 누렸다. 임 연구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MBN ‘더 먹고 가’를 강호동, 황제성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그랬던 임지호는 지난 12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5세다. 유족으로 아내, 아들, 딸이 있다. 빈소는 쉴낙원 김포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이며 장지는 인천가족공원(031-449-1009)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