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때문에 살수 지시” 광주 건물붕괴 참사, 책임공방 계속돼

입력 2021-06-12 19:19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살수 작업이 지목되면서 책임 소재를 두고 시공사와 철거업체 간의 진실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12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강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시공사 현재산업개발과 철거 계약을 맺은 한솔기업, 실제 철거 작업을 진행한 백솔건설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앞다퉈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시공사 측 요구로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살수 펌프를 동원해 살수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비상먼지로 민원이 접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시공사 측은 사고 직전 광주 다른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비산 먼지 때문에 인근 주민들에게 30억여원의 피해 보상을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철거 업체 관계자들은 원·하청 업체와 시공사 간의 갑을 관계를 들어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도한 살수 작업에 대한 철거 업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번 붕괴 사고는 건물 철거 작업 중 진행된 과도한 살수 작업으로 굴착기를 올리려고 쌓은 거대한 흙더미에 물이 스며들고, 그로 인해 밑둥부터 파낸 위태로운 건물에 외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초 계획대로 건물 꼭대기 층인 5층부터 아래로 철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밑동을 파내 흙더미를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철거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 관계자는 “과도한 살수 지시를 한 적이 없다. (이들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진상규명 될 수 있도록 성실히 응하겠다”고 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