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과 무역협상 재개…중국은 “즉각 중단하라” 반발

입력 2021-06-11 12:11

미국이 대만과 교역 강화를 위한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대만 측 덩전중 대만 무역협상판공실 대표와 전날 밤 화상회의를 열었다. 양측은 40여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11차 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USTR은 “타이 대표는 미국과 대만의 무역 및 투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노동자 중심 무역 우선순위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TIFA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라고 평가받는 무역투자 협정이다. 앞서 1994년 첫 TIFA 협상을 시작한 미국과 대만은 이후 27년 동안 10차례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하면서 대만과의 협상을 중단했었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 협상이 수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대만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덩 대표는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급망에 대한 안보, 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 노동자 권익과 복지, 디지털 경제와 신기술, 지식재산권 보호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의회 청문회에서 대만과의 무역협상 재개를 시사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어떤 공식적 왕래도 즉각 중단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과의 어떤 합의도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만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고 싱가포르, 뉴질랜드와 FTA를 맺고 있으나 중국을 의식해 대만과의 협정 체결을 경계하는 국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만이 미국과 TIFA 협상을 재개하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도 대만과 무역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이후 줄곧 대만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대만과 관계를 조심스럽게 유지해왔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흐름과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