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성범죄 피해자 “죽고싶다” 호소에…“내일 전화해라”

입력 2021-06-11 09:24

군대 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공군 여성 장교가 국방부의 자살예방 상담센터인 ‘국방헬프콜’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내일 다시 전화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11일 YTN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한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시달리 공군 대위 A씨는 국방헬프콜에 전화를 걸어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상담관은 “지정된 상담관이 퇴근했으니 내일 다시 전화하라”고 답했다..

A씨는 자신의 성범죄 피해 후유증을 진료해 준 국군수도병원 의사 B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국방헬프콜에 전화했을 당시 울면서 “지금 죽고 싶은데 이야기할 곳이 여기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상담사는 “그래서 어떤 도움을 드려야 하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A씨가 또 “그냥 알아서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하냐. 죽고 싶으면 죽어도 되냐”고 토로하자 상담사는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기가 선택하고 결정한다. 상담관이 어떻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건가”라고 몰아붙였다.

A씨는 “(통화 이후) 몸담았던 조직에서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이제 혼자라는 생각만 든다”며 “(공군 이 모) 중사님 사건을 보니까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 같다”고 매체에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군인 등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B씨에게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