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뒷자석, 아버지는 앞좌석…생사 갈린 부녀 사연

입력 2021-06-10 18:43
연합뉴스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로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딸과 아버지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2분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건물 붕괴로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숨진 인원 9명은 모두 버스 뒤편에 탄 승객이었다. 10대 남학생, 60대 여성 3명, 70대 여성 2명, 70대 남성 1명, 50대 여성 1명, 20대 여성 1명 등이 허망하게 가족 곁을 떠났다.

이 중 A씨(29)는 세 달 전 수술한 어머니가 입원 중인 요양원에 가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54번 시내버스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버스 앞자리에 앉은 아버지는 사고 직후 구조돼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지만 버스 뒤쪽에 앉아 뒤늦게 구조된 딸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당시 아버지는 의식을 회복해 깨어나자마자 ‘우리 딸 괜찮냐’고 의료진에게 물어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들은 A씨 시신이 안친된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딸의 시신을 확인한 어머니는 “이렇게 갈 거면 공부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 우리 막내딸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라고 오열했다. 다른 유가족은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던 착한 막내딸이었다. 엄마한테 온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라고 한탄했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