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흑을 백으로 바꾸는 지휘, 결단코 안했다”

입력 2021-06-10 18:10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0일 “사건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자부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지검장은 이날 이임식을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배의 중심을 잡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수없이 많은 번민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검찰의 일부 잘못된 수사방식과 관행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어 기본과 원칙, 상식에 맞는 절제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했다”며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면서 “최근 제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 당시 발생한 일로 기소가 되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미안한 심정을 전했다.

이 지검장은 또 “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왜곡된 시선으로 어느 하루도 날 선 비판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고 저의 언행이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곡해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검찰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로 인해 수 없이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며 번뇌했지만 사건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자부한다”고 술회했다.

이 지검장은 글을 맺으면서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법리와 증거에 맞는 수사결론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며 “저처럼 부족한 사람과 함께 근무하시면서 정말로 많은 수고와 애쓰신 점에 대해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날 이임식은 비공개로 치러졌으며 주요 간부만 참여했다. 이임식 직후 통상 진행됐던 현관 환송이나 사진 촬영 등도 하지 않았다. 11일 취임식 역시 언론 등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