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만큼 변동성 큰 美 ‘밈 주식’…“기관·투기꾼 꼈을 수도”

입력 2021-06-10 17:41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 중 하나인 ‘밈(meme) 주식’ 열풍이 뉴욕 증시에서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밈 주식이란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입소문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종목을 뜻한다. 올초 개미와 기관의 공매도 전쟁터인 게임스톱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최근 여러 종목으로 옮겨가고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인 클로버헬스인베스트먼츠 주가는 지난 8~9일(현지시간)에만 총 118.26% 올랐다가 10일 23.61% 급락했다. 이날은 친환경에너지 관련주 클린에너지퓨얼 주가가 31.52% 급등했다. 이들의 주가 변동성은 최근 암호화폐 등락세와 맞먹을 정도다.

이 종목들은 모두 별다른 호재가 없음에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매도 세력에 반감이 있는 개인들은 공매도 비중이 43%에 이르는 클로버헬스를 밈 주식으로 지목했었다. 클린에너지퓨얼은 9일 소셜미디어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종목이었다고 미 CNBC는 보도했다.

앞서 ‘제2의 게임스톱’으로 꼽힌 AMC엔터테인먼트도 최근 10%대 등락률을 보이며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AMC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고 판 해외주식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내 투자자는 AMC 주식을 7억5603만 달러 가량 매수하고, 7억2504만 달러 정도 매도했다.

그러나 밈 주식들의 이 같은 막대한 변동성은 개미들의 힘으로만 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대형 증권거래회사 버투파이낸셜의 더글러스 시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많은 기관, 전문 트레이더와 소위 ‘투기꾼’들이 주식시장과 옵션시장에서 밈 주식 매매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밈 주식 열풍에 대응해 주식 거래 규정을 수정할 것을 시사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한 행사에서 최근 개인들의 로빈후드 같은 증권거래 앱들이 수수료 무료를 위해 대형 증권사들에게 고객들의 거래 주문을 넘기면서, 정식 증권거래소를 통한 매매 주문이 줄어드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겐슬러 위원장은 “공식 거래소에서 더 많은 거래가 발생해야 개인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1년간 밈 주식 거래가 급증하자 SEC가 거래 투명성을 위해 증시의 일부 규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