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대에 도청장치 설치해왔다니’…英30년 이웃의 배신

입력 2021-06-11 02:16
이웃사촌 리 존슨이 도청장치를 설치한 후 이를 수거하는 모습. 더선 홈페이지 캡처

영국에서 한 남성이 30년간 가까이 지냈던 이웃집 여성 침실에 몰래 도청 장치를 설치한 뒤 이를 회수하는 장면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더선에 따르면 버밍엄에 거주하는 리 존스(64)는 평소 자신이 없는 동안 고양이 두 마리를 봐 달라며 이웃 윌리엄 놀런(59)과 그의 아내에게 열쇠를 맡겼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리는 테이블 아래에 테이프로 부착된 검은색 플라스틱 상자를 발견했다.

리는 처음에는 이웃집 놀런 가족의 손자가 놓고 간 장난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검색한 결과 녹음 기능이 있는 장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수상함을 느낀 리는 집안 곳곳을 살펴보다 침대 머리맡에서 도청 장치를 하나 더 발견했다.

리의 침대 머리맡에 설치된 도청장치. 더선 홈페이지 캡처

그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강제로 집에 침입한 흔적이 없어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리는 범행을 잡기 위해 집안 곳곳에 웹캠을 설치했다. 범인의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자신의 침실에 카펫도 깔았다.

이후 리는 놀런의 아내에게 며칠 간 집을 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불과 30분 후 리는 놀런이 도청 장치를 회수하기 위해 리의 집에 들어와 여기저기 수색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웹캠을 통해 목격했다.

놀런은 침대 머리맡에 설치한 도청 장치를 수거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리의 침실에 깔린 카펫에도 발자국을 남겼다.

리는 경찰에 증거를 제출했고 놀런은 스토킹 혐의로 체포됐고 지난달 25일 영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15주를 선고받았다. 또 그는 300파운드(약 47만원)의 보상금 지급 및 피해자 리와 무기한 접촉 금지를 명령받았다.

이웃사촌 리 존슨이 도청장치를 설치한 후 이를 수거하는 모습. 더선 홈페이지 캡처

재판부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스토킹 범죄 중 하나”라며 “존슨의 스토킹으로 인해 이웃집의 안전이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리는 “침대 머리맡에 녹음 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변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