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숙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이 10일 성추행 피해자 이모 중사의 피해 신고를 한 달 넘게 지나 보고한 것과 관련해 “지침을 미숙지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사건이 일어난 직후 곧바로 국방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제가 지침을 미숙지했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정상화 공군참모차장도 관련 질문에 “양성평등센터에서 보고적인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지난 3월 5일 처음으로 인지했으나,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4월 6일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국방부 성폭력 예방 활동 지침은 피해자가 부사관 이상인 경우 상급기관에 최단기간 내에 보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센터가 이 같은 지침을 어겼다는 뜻이다. 아울러 피해 내용이나 피해자 인적 사항 등 사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월간현황보고’ 형식으로 접수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거듭 사과했다. 서 장관은 “유족 여러분께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겨 드리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매우 송구하게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회유 및 은폐 정황과 2차 가해를 포함해 전 분야에 걸쳐 한 점의 의혹 없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성폭력 사건 예방 및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재점검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장관은 미국이 국방장관 산하에 설치해 운영하는 성폭력예방대응국(SAPRO)과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성폭력예방대응국은 독립적인 성범죄 관련 컨트롤타워로 군에서 일어난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세부 전략을 제시한다.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가 일어난 순간부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원한다.
서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거취 문제는 인사권자께서 결정하실 것이고 저는 최선을 다해서 후속 조치를 할 생각이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장관 책임론’을 꺼내든 여야 의원들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근무하고 있다. 후속 조치를 잘하고 인사권자께서 판단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