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 당시 박근혜 정부의 방해로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의 첫 재판이 소 제기 4년 만에 열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2014년 다큐 영화 ‘다이빙벨’을 연출한 이 기자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며 영화 상영을 방해해 손해를 입었다며 2017년 3월 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기자측 대리인은 이날 공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이 기자가 과거에 영화 ‘다이빙벨’ 제작 관련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이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이 ‘다이빙벨’ 배급사에 계좌추적, 세무조사 등 방침으로 탄압해 영화 상영을 방해하는 공동 불법행위를 했고 이는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라 정부의 국가배상 책임도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전 비서실장 측은 “이 기자 주장 자체의 증거가 없고 ‘다이빙벨 상영을 방해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 기자 주장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전 장관 측 대리인은 “이 기자의 경우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람도 아니었다”며 “사건 자체가 영화 상영을 방해한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함께 소송을 당한 정부 측은 처음 소송이 제기됐을 땐 ‘전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범위 내에서는 이 기자의 주장을 다투지 않겠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냈다.
이날 정부 측 대리인은 “그 사이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백서를 발간했다”며 “백서에 이 기자의 주장 관련 기재 부분이 있어 백서 내용이 일치하는 범위 내에서는 다투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2018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조사를 진행했고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 및 징계·주의 조치한 뒤 관련 백서를 발간했다. 이 기자 측은 해당 백서를 증거로 신청했으며 문 판사는 이를 채택했다. 또한 문 판사는 이후 추가 서면 공방을 위해 향후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은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소위 ‘블랙리스트’를 제작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2심 재판부는 각 징역 4년, 징역 2년으로 형을 올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직권남용죄에 대한 판단을 엄격히 해야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