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붕괴’…철거업체, 해체계획 안 지킨 듯

입력 2021-06-10 15:11
9일 발생한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사고 발생 수 시간 전 철거 현장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철거업체 작업자들이 건물을 층별로 철거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층을 부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해제계획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음이 의심된다. 독자 제공. 연합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당시 철거 업체가 지방자치단체에 허가받은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10일 광주 동구청 등에 따르면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 철거 업체가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철거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업체는 광주 동구청에 지난달 25일 다른 건물 수십 개와 함께 사고가 난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해체계획서를 허가받았다.

계획서에 따르면 철거는 3~5층은 인위적으로 쌓은 흙인 성토체(盛土體)를 쌓아 중장비로 철거하고, 1~2층 저층은 성토체를 제거한 뒤 철거하는 순서였다.

층별로 구조적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해 지지대를 설치하고, 옥탑과 슬래브, 내력벽 등으로 순차적으로 철거한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10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잠시 중단됐던 매몰자 수색이 재개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앞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연합

업체는 사고가 난 9일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건물의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이 제보한 영상과 사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굴착기가 철거 작업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건물의 4~5층을 그대로 둔 채 굴착기가 3층 이하 저층의 구조물을 부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동구는 정황을 고려했을 때 철거 업체가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철거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으로 전해졌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