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자기 아기를 떠나보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지난 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은 해외 입양인인 선희 엥겔스토프(39) 감독이 덴마크 가족에 입양돼 자라는 동안 가졌던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영화는 아기를 낳은 미혼모들이 시설에 입소해 고민과 갈등 끝에 입양을 결정하고 아기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담담히 담아냈다. 만날 수 없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띤 엥겔스토프 감독의 해설은 입양 당사자의 가장 생생한 목소리임을 깨닫게 해준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엥겔스토프 감독을 만났다.
감독은 20살이던 2002년 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많은 해외 입양인들처럼 낯설기만 한 한국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생모를 찾고 싶었지만, 자신과 관련해 남겨진 법적 정보를 열람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번 한국에 방문했다. 경찰이 우여곡절 끝에 생모 이름이었던 ‘신복순’이라는 세 명의 여성을 찾아냈다. 그중 한 명은 자신에게 입양을 보낸 아기가 있다고 했지만 엥겔스토프 감독과의 만남을 거절했다. 엄마일지 모르는 신복순은 결혼한 상태였고 감독보다 다섯 살 어린 딸이 있었다.
“생모가 저와의 만남을 거절한 일은 충격적이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사건이었죠. 왜 나를 버렸고 나를 만나려 하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엥겔스토프 감독은 우연한 기회로 한국의 미혼모시설을 방문했다. 생모가 자신을 가졌을 때와 비슷한 상황에 있을 그녀들을 만나면 자신이 오랫동안 가진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입양을 결정하게 된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로 했다.
2012년 제주도에 있는 미혼모시설 애서원에서 극적으로 촬영 허락을 받았다. “아 유 해피?(Are you happy)” 그곳에서 만난 미혼모들은 카메라를 든 엥겔스토프 감독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다. 미혼모들에겐 입양이 아이가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을 의미했다. 엥겔스토프 감독은 그들에게 행복하지 않다는 대답을 쉽사리 하지 못했다.
그는 애서원에서 미혼모들과 함께한 생활이 마치 시간 여행을 한 것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미혼모 시설이 이상하게 너무 좋고 처음으로 집 같은 느낌이 들게 해줬어요. 한국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저에겐 마냥 신기했죠. 한국어에 서툰 제가 미혼모와 소통하는 게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안 통해도 소통이 되는 것을 느꼈어요.”
엥겔스토프 감독은 미혼모들이 입양을 결정한 뒤 아기와 분리되는 순간을 보면서 자신의 상처가 떠올라 힘들기도 했다. 갓난아기가 엄마와 생이별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뿐 아니라 모든 가족이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미혼모 중 누구도 아기를 자발적으로 입양을 보내려 하지 않았어요. 미혼모들이 가족의 반대와 상황적 한계에 부딪혀 양육을 포기한 것을 볼 수 있었죠. 그들의 결정엔 친정 시가 등 많은 이들이 관여됐어요. 미혼부들은 양육의 의지를 보이거나 책임지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 쪽이든 결국 아기 곁에 있지 않았어요.”
엥겔스토프 감독은 영화에 한 명이라도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 의문에서 출발했으나 미혼모, 입양, 여성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까지 돌아보게 해준다. 그는 미혼모를 바라보는 인식이 관대해지고 미혼모를 위한 양육 및 교육 제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입양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 더 나은 삶을 주는 방법이 아니라, 때로 엄마와 아기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들의 권리를 해치는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영화가 한국에서 미혼모 입양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들을 향한 목소리가 되고, 이 문제를 이해하는 다리가 되길 꿈꿉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