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77억” 제주 2공항 주변 부동산 투기 무더기 적발

입력 2021-06-10 14:12

제주지역 농업회사법인 대표 정모(58)씨는 2019년 제2공항 예정지 주변 임야 1만550㎡(제주시 구좌읍 세화리)를 매입한 뒤 인접 임야와 분할, 합병해 12m 도로와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4~6m 수직 절벽 암석 1만t을 절토해 농경지로 만들고 인접 공유지 임야를 훼손했다. 정씨가 20억원에 매입한 토지는 훼손 후 97억원까지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손모(80)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전 1만4188㎡를 매입한 뒤 5필지로 분할해 4필지는 매도하고 나머지 1필지는 절토해 평탄 작업과 차량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였다. 손씨는 나머지 1필지가 개발행위가 제한된 상대보전지역임에도 휴게음식점 등 3동을 건축할 목적으로 건축 설계도면을 건축사무소에 의뢰하고 경사면을 대규모로 절토하는 등 총 3800㎡를 훼손했다. 손씨가 8억7000만원에 매입한 부지는 실거래가가 52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제주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땅을 불법 개발하거나 훼손한 부동산 투기 사범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특별수사반을 편성해 지난 4~ 5월 40일간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및 인근지역 부동산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11곳, 29필지에 대한 불법 개발행위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자치경찰은 적발된 이들 가운데 지가 상승을 목적으로 산림을 상습적으로 훼손한 농업회사법인 정씨와 부동산 중개업자 손씨 등 4명에 대해 산지관리법 및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공유지를 무단 점용하거나 산림을 훼손한 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번 수사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제2공항 예정지와 그 주변에 대해서도 지가 상승을 노린 투기와 개발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착수했다.

자치경찰단은 고해상도 드론을 활용해 산림 훼손 의심지역을 정밀 수색하고 공간정보시스템을 통해 연도별 토지 형상 변화를 추적해 행정시 인·허가 부서 및 측량업체와 현장 합동조사를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는 투기 외에도 공유지 무단 점용과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고시 이후 제2공항 주변 토지를 매입한 뒤 약속대로 산림경영을 하지 않은 사례 등이 다수 확인됐다. 자치경찰은 이들의 명단을 행정시에 통보해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자치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제2공항 인접지를 중심으로 여러 건의 투기 행위가 적발됨에 따라 특별수사 기간을 연장해 조사를 확대해나기로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