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진표의 자기부정…13년전 세금 깎더니 이젠 “높이자”

입력 2021-06-10 13:55 수정 2021-06-10 15:56
현행 ‘1주택자 장특공제 80%’
알고보니 2008년 김진표 주도로 법 개정 결과
13년 지나 자신이 위원장인 부동산특위는 다시 축소
주거 이전 까다로워지고
1주택자까지도 편가르기 논란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현재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양도세)에 대해 최대 80%까지 공제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초고가 주택에 한해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2008년 공제율을 80%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 현재 부동산특위 위원장인 김진표(사진) 의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으로서는 13년 전 자신이 설계한 제도를 자신이 위원장인 부동산특위에서 뒤집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당초 실수요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 완화를 예고했던 특위가 다주택자나 단기 거래자 아닌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세 부담까지 키우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현재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대신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장특공제를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줄이는 방안을 11일 정책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가령 양도차익이 10억원 등 일정 규모를 넘기면 현재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받는 공제율을 최대 40%로 줄이는 구상이다.

장특공제란 3년 이상 보유한 주택·토지를 매각할 때 양도세 납부액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주택·토지의 단기 거래 대신 장기 보유를 장려하는 취지다. 동시에 취득 당시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 주택·토지가 과도한 양도세 우려로 시장에 풀리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장특공제 공제율이 현행대로 최대 80%까지 확대된 건 2008년부터다. 이명박정부 출범 12일 전인 2008년 2월 13일 대통합민주신당 정책위의장이었던 김 의원은 당시 최고 45%였던 장특공제 공제율을 20년 이상 보유 시 8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노무현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기재부 전신) 장관을 역임했다. 당시 18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여야 모두 감세 드라이브를 걸던 시점이라 법안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현 기획재정위)를 거쳐 이명박정부 출범 이튿날인 2월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보유세와 함께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한 결과 거래가 과도하게 동결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주택거래와 연관된 서민경제가 냉각돼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 강화한 것은 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 8·2 대책에서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장특공제 배제를 발표했고, 지난해 7·10 대책에 따라 이달부터 다주택자에 대해 10%포인트씩 추가 중과가 시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심화하는 것은 13년 전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특공제를 축소하자고 나서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장특공제 축소는 (김 의원) 개인 의견이 아니라 특위 내부 의견을 취합한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장특공제 축소 검토 사실을 밝히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고 과세 형평성 등 부동산 민심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특공제 축소가 현실화하면 강남, 여의도, 목동 등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뿐 아니라 양도세 부담도 커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새 양도세제가 시행되기 전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절세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가주택 매물이 줄고 주거 이전이 까다로워졌다는 하소연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장기보유 실수요자의 부담은 되도록 낮게 한다는 부동산 세제의 대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당이 1주택자마저 부자와 서민으로 편 가르기 하는 ‘부동산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