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업보”… ‘건물 붕괴 참사’에 악플 다는 사람들

입력 2021-06-10 11:33 수정 2021-06-10 13:37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지역을 폄하하거나 정치적인 공격 수단으로 악용하는 악성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과 결부시켜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겠네’ 등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조롱이 잇따르고 있다.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 버스 1대가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

현재까지 버스에서 구조된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들 생일날 일을 나가다 숨진 엄마, 학교에서 귀가하던 중 사망한 10대 남학생 등 사망자들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시민들은 안타까움에 눈시울을 붉혔고, 네티즌들은 사고 영상과 사진 등을 SNS에 올리며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10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잠시 중단됐던 매몰자 수색이 재개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앞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연합뉴스

이 와중에 해당 사고를 다룬 기사에 해당 지역을 비하하고 희생자를 조롱하는 악성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한 기사에는 ‘좋아요’ ‘훈훈해요’가 350건 넘게 집계됐다.

한 네티즌은 “광주는 좌파 특별시 아닌가? 곧 유족들이 건물주 때문에 죽었다고 쇼하며 피해자를 위해 세금으로 보상하는 법을 만들겠지”라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5·18 때 총탄 맞은 건물이 지금 넘어간 거 아니냐? 유공자 시켜줘라”며 “5·18 때 부상으로도 유공자 달았다는데, 이들도 유공자 돼서 대대손손 혜택받겠네”라며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능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7시간을 밝혀라” “문 대통령님 건설사 조사해서 제2의 유병언 찾아야죠?” “촛불 들고 광주 가서 보상금 찾아야죠” 등 세월호 참사를 비꼬는 댓글도 있었다.

특히 한 네티즌은 “댓글이 이 모양인 건 광주인들의 업보”라며 “항상 뭐만 하면 정치적인 쇼를 하니깐 사건사고도 정치로 엮어버리지. 이게 다 광주인들이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댓글에 대부분 네티즌은 “한심한 행동”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를 지역 비하와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사망자가 나온 사고에 왜 정치색을 입히느냐”며 “황망하게 돌아가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주면 안 되느냐”고 질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