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최근 전국 주요 보건소장들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하고 코로나19로 격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산 간호직 공무원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임기 두달째를 맞은 기 기획관의 방역 관련 행보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기 기획관은 지난 8일 오후 4시 전국보건소장 협의회 임원진 7명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과 부산, 대전와 충북, 경기 안산과 평택, 울산 등 전국 각지의 보건소장들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당초 예상 시간(2시간)을 30분이나 넘겨 끝났다. 한 참석자는 “보건소장들이 현장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고 했다.
간담회에선 보건소 인력 증원 요청이 쏟아졌다고 한다. 한 보건소장은 “보건소 직원 가운데 시간선택제임기제(일시채용 공무원) 직원이 50%가 넘는다. 비상이 걸려도 이런 인력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건소 내 가용 인력풀을 늘려달라고 기 기획관에게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산 동구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는 올해 363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직 등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경우 초과근무 시간에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에 저촉받지 않는데다 공무원법에도 초과근무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수차례에 걸쳐 의료진의 처우와 복지 개선을 강조했지만 보건소 직원들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간담회에선 부산·대구·인천 등 광역시 보건소의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소 한 개가 40만~60만명의 주민을 책임지다보니 예방접종과 감염병 대응을 동시에 처리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각 보건소가 팀 단위로 운영중인 감염병 관리업무를 ‘과’ 단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선 보건 현장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물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비축한 백신보다 예약 인원이 많아 빠른 접종을 원하는 예약자들의 불만이 보건소에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보건 당국도 1차 접종이 마무리되는 6월 20일쯤 AZ 백신이 최대 50만회분 부족할 수 있는 상황이라 밝힌 바 있다. 보건소장들은 다음달부터 화이자 백신 5900만회분이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인력난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도입과 접종, 예약 등 모든 부분에서 계획 이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집단면역 시점도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집단면역 조기 달성을 포함한 ‘목표’에 치중하기보다 일선 현장에서 백신 접종과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