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 소리 후 통째로 깨진 건물, 재난영화같았다 ”

입력 2021-06-10 09:01 수정 2021-06-10 10:19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건너편 상점 CCTV에 찍힌 건물이 붕괴하는 순간.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현장에서 지켜본 목격자는 “마치 재난 영화 같았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고 발생 지점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A씨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붕괴 직전) 건물 깨지는 소리가 ‘빡빡’ 났다”며 “오전부터 인부들이 철봉과 가림막을 설치하고 공사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건물을 깨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이 무너지는 건) 찰나였다. 돌이 조각나 떨어진 게 아니라 건물이 통째로 붕괴된 것”이라며 “그 뒤로 먼지가 물밀듯이 구름처럼 밀려왔다. 몇십초 동안 뿌옇게 돼 영화 ‘미스트’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A씨는 “공사 때문에 건너편은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길이었다. (재개발을 위해 건물을 다 헐고) 그 건물 하나만 남았다”며 “버스정류장만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폐쇄를 하든지 통제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로 옆 조대 지하철 공사장에는 버스정류장을 다 없애버렸다. 그쪽은 위험 요인을 제거했는데 이곳은 가림막으로만 가렸다”며 “솔직히 그런 가림막이 큰 돌이 떨어졌을 때 보호하기는 힘들다.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오후 4시22분쯤 건물이 붕괴된 이후 소방 당국은 추가 매몰자가 있는지 이틀째 수색 중이다. 건물 잔해 아래에 깔린 시내버스에서 운전기사와 승객 등 17명을 구조한 이후 추가로 발견된 매몰자는 지금까지 없다. 10일 오전 5시 기준 버스정류장, 도로, 보행로를 덮쳤던 건물 잔해를 중장비로 걷어내는 탐색도 마무리됐다.

당국은 붕괴 직전 건물 안에 남았을지 모를 작업자 등을 찾는 작업을 소규모로 지속하고 있다. 관련 수색이 마무리되면 붕괴 원인을 규명하는 관계기관 합동 현장감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