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굉음 나더니 와르르…“저층부터 철거 탓”

입력 2021-06-10 00:08 수정 2021-06-10 10:10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의 5층짜리 상가 건물이 철거 공사 중 무너지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의 5층짜리 건물이 철거 과정에서 저층 일부부터 허물다 참사가 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사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 무너진 5층 건물은 사망 9명, 중상 8명 등 총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건물 붕괴 당시 잔해가 도로 옆 시내버스 등을 덮치면서 인명피해 규모를 키웠다.

공사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철거 작업은 이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장에 있던 주변 주민들은 전날 오전부터 굴착기가 동원됐으며, 해당 건물 뒤편 저층부터 일부를 허물어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철거 방식은 붕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물의 한쪽부터 철거를 시작할 경우 다른 한쪽에 무게가 가중돼 기울어지거나 무너질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 작업하던 이들은 사고 직전 ‘이상한 소리’가 들려 건물이 붕괴할 것에 대비해 현장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건물은 ‘와르르’하는 폭음과 회색빛 분진을 내며 순식간에 도로 쪽으로 쏟아져 내렸다고 한다. 공사 현장에는 가림막도 설치돼 있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건물이 위치한 지역은 12만6400여㎡ 면적에 아파트 19개동이 들어서는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던 곳이었다. 노후된 주택들로 악화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업이었다.

현장 수습 당국 등에 따르면 공사에 나선 작업자 다수가 원청에서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철거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은 당초 시공사와 3개 철거업체만이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법 재하도급 의혹이 짙어진 만큼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현장에 여러 전문가를 보내 수습을 지원하고 있으며,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이번 사고 원인 등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붕괴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