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끄억”소리만으로…20대 생명 살린 소방관

입력 2021-06-10 00:35 수정 2021-06-10 00:35
119종합상황실에서 상황요원이 신고 접수를 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대구의 한 소방관이 기도가 막혀 말을 못 하던 남성의 신고 전화를 받고 신속하게 대처해 생명을 구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6시35분 본부 119 종합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상황 근무를 섰던 이창복(40) 소방장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에서는 1분여 동안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이 소방장은 신고자에게 수차례 질문을 던졌지만 “꺽, 웩” 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신고자가 구토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자 이 소방장은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기도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고자가 자신의 위치를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소방장은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했다. 그는 이어 신속하게 119구급대를 출동시키고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구급대와 경찰은 대구 중구의 한 지역으로 출동해 수색을 펼쳤다. GPS가 정확한 지점이 아닌 지역만을 가리키기 때문에 일대를 샅샅이 뒤져야만 했다.

신고 위치 주변을 수색하던 이들은 걱정이 돼 찾아온 신고자의 친구를 발견해 함께 신고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당시 집 안에는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목을 맨 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은 응급처치 후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재 이 남성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이창복 소방장.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14년차 소방관인 이 소방장은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고 119 상황요원으로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