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초부터 대리수술…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배우기도”

입력 2021-06-09 18:29

광주 A 척추전문병원에서 개소 초기부터 대리 수술이 이뤄졌으며, 일부 의료진이 오히려 간호조무사들에게 수술을 배우기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 A 척추전문병원 대리 수술 의혹을 내부고발한 의사 B씨는 병원 개소 초기부터 대리 수술이 진행됐다고 9일 밝혔다.

B씨는 2002년 개원 당시 신경외과 의사가 3명뿐이었으며 그 빈자리를 서울 등에서 스카우트한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로 채웠다고 주장했다.

PA는 의료진의 수술을 보좌하는 간호사나 무자격자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의료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의 의료 행위는 논란의 여지 없이 불법이다.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과 수술기록 자료 등에는 A 병원에서 2018년 간호조무사들이 대리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포함됐다.

영상에 따르면 병원의 내의공학과 소속 PA 간호조무사들은 의사가 배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의 수술 부위 피부를 봉합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B씨가 공개한 비공식 수술 관련 자료에서는 척추뼈 절개, 디스크 제거, 나사못 고정 등 핵심적인 수술 행위까지 간호조무사가 대신 진행한 기록도 발견됐다.

본래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구를 관리하고 환자를 옮기는 등 수술 전후 준비 과정을 돕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의사들과 같은 수준의 처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또 일부 PA들은 의료 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선배 PA들의 대리 수술을 어깨너머로 익힌 뒤 학원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리 수술이 워낙 상습적으로 이뤄져 일부 의료진들은 수술을 직접 하지 않는 의사를 두고 ‘의사가 어시스트이고 간호조무사(PA)가 주치의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의를 따고 바로 병원으로 온, 경험이 부족한 일부 수술 의사들이 간호조무사의 수술을 옆에서 지켜보고 수술을 배우는 일도 오랫동안 벌어졌다”며 2016년쯤 의사 한 명이 나서 수술 교육을 전담하면서 이 같은 관행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PA들은 의사의 수술을 대신해주는 대가로 간호사들이 받는 돈 이상의 월급을 받고, 여기에 매달 수백만원씩 현금으로 별도의 돈을 총무팀으로부터 지급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 병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병원 대표원장은 “대리 수술행위가 없었다는 건 반복해서 밝힌 입장이다. 대리 수술 행위 자체가 없었는데, 의사들이 간호조무사들에게 수술을 배웠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수술 경험 부족 의사의 경우 선배 의사나 동료 의사가 수술을 교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병원 측과 갈등을 빚고 10년 넘게 수술방에 들어오지 않은 의사가 목격담을 증언하고 자료를 배포하는 것 자체가 허위일 수밖에 없고, 악의적이다”라며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만큼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B 의사의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A 병원 의사와 간호조무사 6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인천에 이어 광주에서도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정황이 드러나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사실확인 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