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쪼개기 후원 의혹’ 황창규 전 KT 회장 소환

입력 2021-06-09 18:14
황창규 전 KT 회장. 사진=뉴시스

검찰이 국회의원에 대한 ’쪼개기 후원’ 의혹을 받는 황창규 전 KT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9일 황 전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황 전 회장은 KT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비자금 11억여원을 조성하고 이중 4억3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및 총선 출마자 99명에게 정치후원금으로 보낸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비자금은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후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조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검찰은 KT가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500만원)를 피하려고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후원에 동원된 임직원은 모두 29명이었고 일부 직원들의 가족, 지인 명의도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KT 쪽 자금인지 몰랐고 알았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정치자금인 것을 알고서 받았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황 전 회장 측은 경찰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었다.

앞서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은행법 개정 등 주요 이슈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후원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후원금에 뚜렷한 대가성이 입증되지는 않아 뇌물 혐의가 적용되지는 않았다.

앞서 경찰은 황 전 회장에 대해 두 차례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기각했었다. 경찰은 2019년 12월 황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을 수사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됐는데 검찰이 다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구현모 KT 대표이사를 소환조사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