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 부산 KT가 2003년부터 19년간 머물러온 연고지 부산을 떠난다. 예견된 이별이었지만 지자체와 갈등 탓에 헤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팬들 사이에서 원성이 나온다. 인천 전자랜드 인수를 발표한 한국가스공사는 연고지·홈 구장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9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임시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KT의 연고지를 다음 시즌부터 경기도 수원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홈 경기장은 서수원칠보체육관이다. 이와 함께 다음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새 총재로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을 선임했다.
KT의 연고지 이전 과정은 아쉬움이 많았다. 연맹이 2023~24시즌부터 선수와 사무국 모두 연고지에 훈련장과 사무실을 두는 ‘연고지 정착제’를 도입하면서 KT 사무국이 있는 수원으로의 선수단 이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보도 등에 따르면 KT는 사직실내체육관을 부산에 연고지 정착하기 위한 지원 논의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4월까지도 부산시에 요청했지만 시 측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산시가 반응하지 않자 연맹 이사회를 앞둔 KT는 수원 이전을 추진했다. 이 소식이 스포츠전문매체의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농구팬들 사이에 퍼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부산시는 이사회를 코앞에 둔 지난달 말 구단에 만나자며 연락해왔다. 그러나 4일 협상에서도 사직실내체육관을 단독 훈련장으로 제공해달라는 KT의 요구와 생활체육인들의 체육관 사용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부산시의 입장이 맞섰다.
부산시는 협상에서 KT가 훈련장을 신축한다면 대체부지를 제공하겠다 제안했다. 그러나 이사회를 닷새 앞둔 상황에 KT가 수백억 원 가량이 드는 훈련장 신축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사회 전날인 8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직접 구단 대표와 통화했지만 이미 내부 결정이 굳어진 상태라 설득에는 실패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구단이 시와 충분한 협의 없이 연고지 이전을 독단적으로 (이사회에 안건) 제출했다”며 “기업의 오만과 연맹의 독단적 행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KT에 “17년간 경기장을 찾은 부산시민을 외면하고 구단 편의와 기업의 경제 논리만 앞세워 연고지 이전 결정을 했다”며 “지역사회와 약속을 저버린 비양심적 기업”이라고 맹비난했다.
구단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부산 팬과 시민께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면서 “부산을 떠나더라도 부산에서 유소년 육성 등은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 부산시와 관계가 회복되면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고별경기 등도 제안하겠다. 그게 어렵다면 팬들에게 감사를 전달하는 다른 방법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자랜드 구단 인수를 발표한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연맹 가입협약식을 열었다. 30일 임기 종료를 앞둔 이정대 연맹 총재는 오전 서울에서 이사회·임시총회 뒤 곧장 대구로 향해 협약식에 참석했다. 연맹 관계자는 “이사회에 가스공사 연고지 안건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국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연고지·홈 구장 공식 확정은 새 김희옥 집행부가 들어설 다음달 이후가 유력해졌다.
가스공사 측은 협약식에서 “현재 지자체와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경기장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최종 조율을 통해 연고지가 정해지면 즉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대구실내체육관을 우선 보수해 쓰는 게 유력하다. 초대 감독은 전자랜드를 지휘해온 유도훈 감독이 맡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