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파스-즈베레프, 프랑스오픈서 차세대 선두 주자 가린다

입력 2021-06-09 16:35 수정 2021-06-09 17:48
치치파스. AP연합뉴스

남자 프로테니스 20대 차세대 주자 중 손 꼽히는 두 명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436만7215유로·약 469억8000만원) 준결승 무대에서 자웅을 겨룬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그리스)와 알렉산더 즈베레프(6위·독일)가 그 주인공이다.

치치파스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10일째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위·러시아)에 3대 0(6-3 7-6<7-3> 7-5) 완승을 거뒀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US오픈 준우승 이후 올 초 호주오픈까지 준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주자들 사이에서도 앞서나가던 선수였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까지 랭킹 포인트로 위협하고 있었을 정도. 반면 치치파스는 2019년과 올해 호주오픈 준결승, 지난해 프랑스오픈 준결승이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가장 나은 성적이었다. 메드베데프와의 상대전적도 1승 6패에 불과했다.

하지만 치치파스는 거듭된 훈련을 통해 확연히 성장해 있었다. 특히 첫 번째 세트에서 치치파스가 보여준 서브 감각은 무서웠다. 첫 번째 서브 20개 중 17개를 성공시켜 85%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70%를 기록한 메드베데프를 압도하는 기록이었다. 전체적으론 서브로 24포인트 중 20포인트를 올렸고, 11개의 위닝샷 중 6개는 포핸드로 기록했다. 이후 기세가 눌린 메드베데프는 결국 한 세트도 만회하지 못하고 8강에서 프랑스오픈 도전을 마무리 지었다.

첫 세트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건 치치파스만의 승리 공식이 됐다. 2021년 치른 46경기 중 36경기에서 첫 세트를 따냈고, 그 중 3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승리를 거뒀을 정도다. 메드베데프는 경기 뒤 “첫 번째 세트에 매우 놀랐다. 그렇게 굉장한 레벨이 치치파스에게서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와의 상대전적을 2승 6패로 만회하고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세 번째로 오르게 된 치치파스는 “내가 이 위치에 있다는 데 대해 특권을 느낀다”며 “매일 힘겨운 훈련 시간을 견뎌낸 게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비결이다. 하지만 난 더 높은 자리를 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즈베레프. 신화연합뉴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즈베레프가 알레한드로 다비노비치 포키나(46위·스페인)를 3대 0(6-4 6-1 6-1)로 완벽히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렸다. 즈베레프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에서 두 차례 준결승 무대를 밟았고, US오픈에선 결승까지 오른 경력이 있는 선수다.

22세의 치치파스와 24세의 즈베레프는 20대 차세대 선두 주자 자리를 두고 10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두 선수의 대결은 2010년 호주오픈에서 22세의 앤디 머레이(123위·영국)와 21세의 마린 칠리치(47위·크로아티아)가 맞붙은 이래 메이저대회 최연소 선수들 간 준결승 경기다. 22세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이 21세 조코비치를 2008년 제압한 뒤 가장 젊은 프랑스오픈 준결승 매치업이기도 하다.

통산 상대전적에선 치치파스가 5승 2패로 앞서고 있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인 올해 3월 멕시코 아카풀코 대회 결승에선 즈베레프가 승리를 거뒀다. 즈베레프는 “메이저대회는 우리가 가장 우승하길 꿈꾸는 대회다. 최근 몇 년 간 나는 이에 대해 너무 많은 중압감을 가졌다”며 “난 이젠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데 대해 많은 걸 배우게 됐고, 토너먼트 대회에서 조금 더 침착할 수 있게 됐다. (우승이란) 내 마지막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