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자치구, 임시 행정조직 둘러싼 쌑바싸움

입력 2021-06-09 15:19

‘조직 신설에 트집을 잡지 말라’ vs ‘자치구 인건비 삭감이 걱정된다’

광주시와 일선 자치구가 한시 기구 설치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는 조직 편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인 데 비해 자치구는 설치요건에 맞으면 조속히 협의에 응해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남구가 민선 7기 직후인 2018년 8월 한시 기구로 신설한 지역혁신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아름다운도시만들기추진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남구는 당초 경제도시뉴딜정책단 신설을 검토했으나 광주시가 난색을 표명하자 대신 이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방안을 다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름다운도시만들기추진본부는 4급 본부장을 구심점으로 친환경 생태마을 조성사업과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도시재생뉴딜사업, 생활형 SOC사업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 오는 7월 말 운영 기간이 끝나는 동구 문화도시재생추진단도 다른 한시 기구 신설을 두고 광주시와 협의 절차를 밟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의원 출신인 임택 동구청장은 오는 8일 구청장협의회 정례회에서 한시 기구 문제를 주요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서구의 통합돌봄추진단과 북구 생활공간혁신추진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말 운영 기간이 끝나게 될 처지로 광주시와 협의를 거쳐 한시 기구의 존속기간과 범위를 재조정할 계획이다.

한시 기구는 지자체가 긴급한 행정수요에 대처하고 현안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일정 기간만 설치해 운영하는 행정조직이다. 자치구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상급기관인 광주시와 협의를 거쳐 최대 3년간 국 단위 한시 기구를 신설해 가동할 수 있다.

시와 자치구가 한시 기구 설치를 둘러싸고 ‘동상이몽’을 반복하는 것은 기구 신설의 본래 취지를 둘러싼 시각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시는 자치구가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이를 고집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자치구는 선거공약 이행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합법적 선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는 자치구 한시 기구 설치와 관련해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았다며 난색을 표명하는 상황이다. 실제 동구 문화도시재생추진단과 서구 통합돌봄추진단, 남구 지역혁신국은 한시 기구 설치요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는 ”행정안전부가 한시 기구 설치와 존속 기한 연장 협의 때 각별히 주의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해왔다“며 ”인건비 동결 또는 삭감, 향후 기구 신설과 승인 제약 등 각종 불이익이 예상돼 함부로 자치구의 입맛대로 협의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각 자치구는 한시 기구 설치는 단순한 ‘협의’ 사항에 불과해 시는 한시적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확인해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각 자치구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한시 기구 신설을 무작정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자치구와 원만히 협의해 더 마찰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