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중국을 찾는 대만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9일 보도했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대만은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데다 백신 확보까지 늦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립 성향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국의 백신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중국산 백신이라도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은 차이 총통을 비판하는 여론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쉬정원 대만 상공회의소장은 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많은 동료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중국 상하이나 푸젠성 샤먼으로 가고 있다”며 “대만에서 가깝고 접종 절차도 간단한 데다 예약하면 무료로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대만 기업인들은 격리 문제로 대만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백신이 부족해 미국에까지 날아갈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4월 미국을 방문한 대만 사람은 1만5000명, 같은 기간 중국을 찾은 대만 사람은 4만8000명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창룽항공은 미국행 승객이 급증하자 지난 7일 주3회 운항하던 항공편을 주7회로 늘렸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는 “오죽하면 돈 있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백신을 맞겠는가”라며 대만 집권당의 무능을 지적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중국 관찰자망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도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만에 피난 러시가 일고 있다”며 “적지 않은 대만 사람들이 중국을 찾아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이 대만 구하기에 나섰지만 백신 부족난을 해소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은 지난 6일 대만에 백신 75만회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24만회분은 지난 4일 대만에 도착했다. 대만에선 지금까지 전체 인구(약 2385만명)의 3% 정도만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차이 총통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백신을 얻어내거나 코로나19가 기적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금의 위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