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피해 여군에 “나랑 놀지 그랬어”…軍,2차 가해 조사

입력 2021-06-09 11:01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 추가 제보된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영내 불법촬영 사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군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는 19비행단 군사경찰 수사계장(준위) 등 수사 인원들의 2차 가해 의혹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19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소속 A 하사가 여군 숙소에 무단 침입해 불법 촬영한 사건과 관련, 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군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폭로가 나온 데 따른 조처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상담소)는 앞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초동 수사 당시 19비행단 수사계장 B씨가 불법촬영 피해자를 조사하던 중 “가해자가 널 많이 좋아했다더라, 많이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 호의였겠지” “그런 놈이랑 놀지 말고 차라리 나랑 놀지 그랬냐, 얼굴은 내가 더 괜찮지 않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또 B씨는 A하사에 대해 “걔도 불쌍한 애” “가해자도 인권이 있다”라고 옹호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공군 관계자는 “공군 검찰부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및 검찰이 잇달아 압수수색을 받는 등 부실 수사 의혹을 받는 상황이라 공군 내 자체 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담소 측도 “이 사건 수사는 이미 피해자들의 신뢰를 잃은 공군 중앙수사대가 아닌 국방부조사본부에서 해야 한다”며 “19비행단 군사경찰대 수사 관계자들을 수사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수사를 통해 책임 여부를 가려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