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 이후 의혹이 제기된 의원 전원에게 탈당 권유 및 출당 조치라는 초강수를 두자 국민의힘은 감사원 조사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선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감사원에 국회의원 조사를 의뢰한다는 게 법적으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가 안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이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거나 사실 이런 경우를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할리우드 액션 정도를 넘어서 시중에서 하는 말로 장난치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날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권익위의 이번 부동산 투기 조사는 사실상 ‘셀프 조사’ ‘면피용 조사’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해 공정성을 담보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감사원 스스로가 국회의원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언론 보도가 됐다”며 “감사원법 24조에 감찰 사항 3항에 보면 국회 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 제외한다고 명확하게 법조문이 나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방송에) 출연해서 감사원법상 감사원의 국회의원에 대한 감사는 불가능하다고 본인 스스로 주장하셨고 말씀했다”며 “정말 국민적 눈높이로 이 문제를 정정당당하게 떳떳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민적인 비판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아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권익위 위원장은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했고 직무 회피도 신청했다. 전원위원회 참석도 하지 않았다”며 “충분히 공정성이 담보됐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말 민주당은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지금 탈당을 권유했다. 결코 면피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권익위에 지금 전수조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닌 법적으로 할 수 없는 감사원에 하지 말고 권익위에 요청하면 그 진정성이 더 확실히 보장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감사원 조사는 국민 조롱, 우롱하는 모습”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 중인 국민의당조차도 감사원 조사는 ‘국민 조롱’이라며 국민의힘이 권익위 전수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감사원 조사 방침은) 국민에 대한 사실은 조롱이라고 본다”며 “직무 권한이 뻔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게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 철저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이야기는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장 그 입장을 철회해서 권익위에 함께 조사를 의뢰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을 비롯해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은 이날 오후 권익위에 국회의원 재산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이준석 “감사원, 시민단체 우선…권익위도 의심할 건 없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 권익위 전수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외부기관들, 특히 시민단체 같은 것도 있고, 가장 기본적으로는 감사원에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저희 당의 원내지도부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권익위도 딱히 의심할 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당 소속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원내대표부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발언은 전수조사를 위해 감사원이나 시민단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지만 안 되면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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