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자살소동에 발견된 아이…깡마른 몸엔 멍자국

입력 2021-06-09 05:29 수정 2021-06-09 09:55
YTN 캡처

만취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소동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 여성을 되레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방 안에서 앙상하게 마른 체격에 몸 곳곳에 멍든 흔적이 있는 다섯 살 여자아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자살 소동을 벌인 50대 여성의 외손녀였다.

YTN은 지난 3월 강원도 춘천의 한 주택가에서 자살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경찰이 주택가 방 안에 있던 A양을 발견했다며 발견 당시 A양의 사진을 8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A양은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병원 환자복으로 추정되는 바지를 입고 있다.

A양은 깡마른 탓에 쇄골이 툭 튀어나왔고 손목과 발목도 뼈만 남은 것처럼 가늘었다.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잘라 듬성듬성했다. 병원에서 잰 몸무게는 10㎏으로 다섯 살 아이 평균 몸무게를 훨씬 못 미치는 2살 평균에 불과했다. 온몸엔 긁힌 자국이 있었고 시퍼런 멍 자국도 선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YTN에 “TV에 보면 아프리카 굶주린 애들 보면 뚜렷이 윤곽이 나타나지 않냐”며 “뼈가 드러나고 이렇게. 암튼 누가 보더라도 영양 상태가 부실하다는 것을 백이면 백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애가 많이 말라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방에서 자살 소동을 벌인 50대 여성은 아이의 외할머니였다. 보도에 따르면 A양은 2019년 말부터 외할머니 안모(54)씨, 몇 년 전 이혼한 엄마 이모(27)씨와 함께 살면서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 마귀가 들어왔으니 같이 죽자며 폭행이 이어졌고 흉기를 몸에 대거나 신경 안정제까지 먹이려 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 이씨 역시 툭하면 애를 밤늦도록 재우지 않고 저녁 한 끼만 먹인 적도 많았다.

행여 누가 학대 사실을 알아차릴까 봐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았다. 병원이나 약국에 데려간 기록도 물론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은 아이가 소변을 못 가리고 집 안을 자주 어질러 훈육 차원에서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원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자살 소동을 벌였던 외할머니 안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엄마 이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영양 부족과 결핍, 성장 부진 상태였던 A양은 아동 보호 시설로 옮긴 뒤 건강을 많이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