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말기 아빠 걱정할라’…수개월 학폭 참은 중학생

입력 2021-06-09 00:02

전남의 한 중학교 운동부 주장이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학교 폭력(학폭)을 가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피해 학생은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걱정해 고충을 털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중학교 럭비부 소속 2학년생인 A군(15)이 동급생 B군에게 올해 1월부터 폭행 및 금품 갈취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지난 2일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동안 같은 종목 운동을 하는 B군으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뺏겼다고 진술했다.

B군의 폭행은 운동할 때 A군이 실수를 하거나 같이 씻자는 것을 거부할 때마다 이뤄졌다. 또 B군은 샤워 시설이 있는 럭비부 숙소에서 진공청소기를 분리한 막대 부분으로 A군의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고, A군의 훈련을 구경하러 온 그의 초등학생 동생이 보는 앞에서도 폭행했다.

뿐만 아니라 B군은 지난 4월 말과 5월 초 2차례에 걸쳐 A군에게 5만원을 빼앗았다. A군이 빌려주기 싫다고 거부하면 B군은 “너희 엄마 베트남 사람이라고 친구들에게 소문내겠다”고 협박했다. B군은 또 베트남 국적인 A군 모친의 어눌한 한국말을 흉내 내며 놀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부모는 현재 이혼한 상태로, 부친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아버지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으로 더 아파질 것을 우려해 함께 사는 할머니에게도 학폭 고충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A군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A군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B군에게 접근 금지 조치를 내렸고, A군을 상대로 심리상담과 치료를 진행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