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 팝니다”…美 8세 소년이 ‘돈쭐’ 난 사연

입력 2021-06-09 02:01 수정 2021-06-09 02:01
킴벌리 우드러프 제공. 워싱턴포스트

아픈 강아지를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포켓몬’(일본 유명 캐릭터) 카드 판매에 나선 미국 8세 소년이 ‘돈쭐’ 당한 감동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레바논 마을에 사는 8세 소년 브라이슨 클리맨은 강아지를 위해 포켓몬 카드를 팔기로 결심했다.

어릴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열성 팬이었던 브라이슨은 4살 때부터 줄곧 포켓몬 카드를 모아오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생일 등 기념일마다 선물로 받아 모아온 수백장의 카드는 브라이슨이 애지중지하는 보물이었다.

킴벌리 우드러프 제공. 워싱턴포스트

그러던 중 브라이슨 집에서 키우는 생후 4개월 강아지 ‘브루스’가 치사율 높은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돼 값비싼 치료가 필요하게 됐다. 엄마 킴벌리 우드러프는 26살 학생이고, 아빠만 수목보호 기술자로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던 터라 브라이슨 가족에게 브루스 치료에 필요한 80만원가량의 치료비는 버거운 수준이었다.

브라이슨은 자신도 브루스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브라이슨은 현지 매체를 통해 “브루스는 아팠고 내 도움이 필요했다”면서 “나는 정말 많이 슬펐지만 내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을 의논하던 부모님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은 브라이슨은 엄마에게 포켓몬 카드를 팔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엄마 킴벌리 우드러프가 남편에게 휴대폰 문자로 받은 아들의 사진. 킴벌리 우드러프 제공. 워싱턴포스트

브라이슨에게 포케몬 카드가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엄마가 말렸지만, 브라이슨는 ‘브루스를 돕기 위해’ 포켓몬 가판대를 열었다. 그는 넓은 나무 조각을 하나 주워 ‘포켓몬 팝니다(Pokemon 4 SALE)’라는 문구를 커다랗게 적고 집 앞 잔디 마당에 소박한 가판대를 하나 세웠다.

킴벌리는 남편이 사진으로 보내준 브라이슨의 가판대를 보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들에 대해 대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 킴벌리는 그 사진을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공유했다. 그런데 별다른 기대 없이 올린 브라이슨의 이야기는 생각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와 지역방송에 알려지면서 엄청난 반응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킴벌리 우드러프 제공. 워싱턴포스트

브라이슨이 파는 포켓몬 카드 가격은 5~10달러 수준이었는데, 포켓몬 카드를 살 생각도 없으면서 가판대에 모여든 몇몇 어른들은 20달러를 그냥 두고 갔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모은 포켓몬 카드 컬렉션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 선뜻 주기도 했다.

그렇게 이틀간 브라이슨은 400달러(약 45만원)를 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는 동네 주점 주인이 가게에서 사흘간 행사를 열어 450달러(약 50만원)를 모아 전달해주기도 했다.

주변 마을뿐이 아니었다. 미국 전역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브라이슨을 돕기 시작했고 8일 현재 고펀드미 기부 목표액인 800달러(90만원)를 훌쩍 넘은 1만4398달러(1600만원)가 모였다.
네 살 때부터 포케몬의 '찐팬'이었던 브라이슨은 브루스를 위한 모금 과정에서 '성덕'이 됐다. 킴벌리 우드러프 제공. 워싱턴포스트

이 과정에서 브라이슨은 ‘성덕(성공한 팬)’이 되기도 했다. 브라이슨의 사연을 접한 포켓몬 회사 직원들이 그에게 희귀한 카드들을 가득 모은 패키지를 보내준 것. 브라이슨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며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선물 패키지 안에는 “브라이슨! 강아지의 회복을 위해 카드를 판다는 네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 이 카드들로 네가 판 카드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거야”라는 쪽지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의 도움 덕에 강아지 브루스는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쳤다. 브라이슨 가족은 브루스를 치료한 사우스웨스트 버지니아 동물병원과 지역 동물보호소에 남은 기부금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 와서 치료비 후원이 필요하면 도와주자”는 뜻이었다. 현재까지 세 가족이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 킴벌리는 “8살짜리 소년이 작은 공동체 안에서 무언가를 해내고 그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