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중국인 아빠가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아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장모(4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장씨는 지난 2019년 8월 밤 11시59분부터 다음날 0시42분 사이 호텔 화장실 내에서 친딸 A양(사망 당시 7살)의 목을 조르고 물을 받은 욕조에 넣어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 및 익사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A양은 장씨가 전처와 사이에 낳은 딸이었다. 장씨는 2017년 5월 이혼한 후 동거녀 B씨와 함께 살며 한 달에 한 번씩 A양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동거녀 B씨는 A양을 ‘마귀’라고 부르는가 하면 자신이 두 차례 유산한 것도 A양 때문이라고 탓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A양을 증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2019년 8월 장씨는 무용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딸 A양과 함께 한국으로 입국해 서울의 한 호텔에 체크인하고 이후 한강유람선을 탄 뒤 밤 11시58분 호텔 객실로 돌아왔다. 이후 자정을 넘긴 다음 날 0시42분쯤 호텔 방에서 나갔다가 새벽 1시41분쯤 다시 객실에 들어간 장씨는 호텔 프런트데스크에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사체경직과 시반이 형성된 상태였다. 당시 의사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했지만 A양은 결국 같은 날 새벽 3시9분쯤 숨을 거뒀다.
A양 사망을 전후로 유일하게 함께 있었던 장씨는 살해 혐의를 받았다. 특히 A양 사망 전날 함께 유람선을 타고 있을 때 장씨가 B씨에게 ‘호텔 도착 전 필히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됐다.
장씨는 재판에서 “친딸인 A양을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고 정신질환을 앓는 여자친구 B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살해 계획에 호응하는 척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실제 살해하기로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장씨가 객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 전까지 방에 출입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장씨가 A양의 목을 조르면서 욕조 물속으로 눌러 익사 및 경부압박 질식사로 사망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살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특히 “장씨가 B씨에게 ‘오늘 밤 필히 성공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B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동조하는 척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었다. 장씨의 범행 동기가 없다는 것이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2심 재판부는 “장씨의 전 아내도 ‘절대 장씨가 죽였을 리 없다’고 말하고 여행 당시 찍은 사진을 봐도 여느 부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장씨에게는) A양을 살해할 만한 뚜렷한 동기가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A양이 욕조에서 미끄러져 목이 접히면서 질식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도 무죄 선고 이유였다.
장씨가 B씨에게 보낸 메시지에 대해서도 2심은 장씨가 해당 메세지를 보낸 직후 ‘우리 이런 이야기 하지 말자’ 등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는 B씨를 달래거나 진정시키기 위해 동조하는 척했다는 장씨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장씨의 혐의를 무죄로 확정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