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공군중사 추모소에 놓인 편지

입력 2021-06-08 18:34
이 중사 추모소에 놓인 편지. 연합뉴스

“사랑하는 나의 예쁜 딸. 엄마가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이모 중사 추모소에 8일 이 중사의 어머니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놓였다.

“사랑하는 나의 예쁜 딸”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그 아픔 같이 나눠서 지지 않아 미안해. 그 외로움 달래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며 “그래도 다음에 엄마 딸로 태어나 준다면 그땐 아프지 않게 외롭지 않게 지켜줄게”라고 적혀 있었다.

편지는 이어 “그러니 지금부터 모든 고통, 아픔, 외로움 다 잊어버리고 하나님 곁에서 행복하렴. 너무 사랑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림이 들어간 편지지 반대쪽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렴”이라는 문구도 쓰여 있었다.

이 중사와 함께 부대 생활을 했다는 예비역 병장의 편지도 추모소에 놓였다. 그는 편지에서 “이 중사님이 어떤 분인지 알기에 너무 안타깝고 세상을 등지기까지 얼마나 무기력하고 공허했을지 생각하니 소식을 들은 그날 잠도 오지 않았다”며 “살아 생전에도 좋은 분이었기에 세상을 떠난 지금도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적었다.
故이 중사 온라인 추모 공간 캡처

기본소득당 젠더특별위원회가 SNS에 개설한 이 중사의 온라인 추모 공간에도 시민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시민들은 “당신은 우리 모두의 딸이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한 명의 여성도 외롭게 남겨놓지 않는 사회를 위해 미약한 힘이나마 쏟겠습니다” 등의 추모글을 남겼다. 기본소득당은 오는 10일 이 메시지들을 이 중사 유족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 당했다며 신고한 이 중사는 두 달여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회유·은폐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주문한 데 이어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