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8일 “‘이준석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결국 향후 야권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방어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디스하는 ‘방어적 디스’를 하고 있는데,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와서 본인이 이용당할 거 같으면 들어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나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는 “이번 대선은 꼭 이겨야 하는데 정말 당이 위기인 거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통화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의 소통은.“윤 전 총장과는 통화하고 있다. 3일 전에도 통화를 했는데 이 후보께는 윤 전 총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당대표가 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우리 당에 들어오면 절대 불공정하게 하지 않겠다는 서로 간의 신뢰가 있어야지 당에 들어올 수 있다. 소통을 활발히 하지 않은 채 당대표가 되면 어느 세월에 신뢰를 얻고, 어떻게 우리 당에 영입을 할 수 있겠느냐. 저는 이미 모든 소통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전당대회에 너무 직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개입하는 형국이 되기에 제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 입당설은 억측’이라는 입장이 나올지는 알았다. 그래서 ‘이준석 리스크’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총장께서 결국 제1야당이라는 틀 안에서 대선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다만, 입당의 시기, 절차, 형식은 현재로선 특정할 수 없다.”
“이준석, 대선후보를 가볍게 여긴다”
-‘이준석 리스크’를 강조하시는데.“제가 초지일관 얘기한 건 공정한 대선 경선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정한 대선 경선이 중요한데, 이 후보는 실질적으로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올 때 진입장벽,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이 이 후보에게 화답해서 입당 의사를 밝힌 것처럼 왜곡하는 건 대선후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에 대해 ‘방어적 디스’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래서 공정한 경선에 대한 의심을 말한 것이다.”
-이준석 후보가 자신과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을 대선 후보로 염두에 뒀다는 것인가.
“굳이 얘기는 안 하겠다. 그래서 ‘이준석 리스크’는 커지고 있고 결국 야권 통합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너무나 ‘잘 보이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이라는 과거 계파 싸움이 사라지고, 새로운 계파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데 불편한 진실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비판하셨는데.
“실질적으로 김 전 위원장의 태도가 계속 바뀌고 있다. 당내에서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바뀌었다. 김 전 위원장의 지금 태도를 보면 사실 윤 전 총장을 굉장히 배제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 후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제가 직접 통화하고 만나고 있다. 통합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다 나눴다. 인위적 합당은 오히려 마찰만 노출시킬 수 있다. 결국 야권 단일 대선후보 선출이라는 전체 그림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합당을 넘어 ‘야권 대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는.
“홍 의원도 소중한 야권 대선주자다. 결국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게 되실 것이다. 그 일정에 맞춰서 본인과 우리 당에 모두 긍정적인 방법과 시기가 있을 것이다.”
“당심은 저에게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11일 결과가 나오는데 역전극을 노리고 계시는지.“‘이준석 리스크’에 대한 불안과 우려에 당심은 저에게 빠르게 결집하게 하고 있다고 본다. 저는 진정성으로 임하겠다. 그리고 정말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꾸준히 묻고 답변을 드릴 것이다. 거친 바람이 어느 정도 지나가고 나면, ‘누가 통합과 대선 승리를 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여론이 수렴할 것이다.”
-당원 및 지지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가 누구를 배제하거나 또는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고 모두 통합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이 못했던 부분에 대한 변화의 바람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 바람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본질이 왜곡되거나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합동 토론회에서도 눈물을 보였다.)
-힙동 토론회에서 흘리신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당에 대한 애정이다.”
-세대교체 등 당을 확 바꿔야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2030의 마음을 얻는 건 매우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이 후보가 기여한 바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야권 단일 대선주자를 탄생시키고, 대선에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 실패한다면, 2030의 마음을 얻는다 해도 대선은 어렵다. 2030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인적 쇄신과 정책 개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대표가 됐을 때 구상하고 있는 대선 승리를 위한 과제는.
“우리 당의 지지 기반을 확장하는 정책적 혁신이 필요하다. 이대남, 이대녀의 고민과 현안을 면밀히 청취하고, 청년들이 직접 우리 당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공간을 내어주겠다. 아울러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 저는 우리 당이 그동안 당원들에게 너무 소홀했다. 당원 직접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실시간으로 당원의 의사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당원의 집단지성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 공천심사 생중계 제도를 도입해서, 공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밀실공천, 계파 줄세우기 공천을 원천 차단하겠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