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LCK에서 뛰는 걸 자랑스러워 할까 고민”

입력 2021-06-08 18:01
LCK 이정훈 사무총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한국오피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한결 기자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올해 프랜차이즈 리그로 재탄생했다. 기존에 있었던 승격강등제도를 폐지하고, 10개 팀끼리만 경쟁하는 폐쇄형 리그로 성격을 바꿨다. 2부 리그인 ‘LoL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대신 2군 리그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을 만들었다.

LCK는 지난 스프링 시즌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 후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한국오피스에서 LCK 이정훈 사무총장을 만나 프랜차이즈 이후 첫 시즌을 마친 소감, 서머 시즌을 앞두고 일부 규정을 개편한 이유 등을 들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이 총장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12년 라이엇 게임즈에 입사해 e스포츠와 연을 맺었다. 지난해 LCK 프랜차이즈 TF장이 됐고, 올 초 독립법인으로 거듭난 LCK의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프랜차이즈 리그로 재출범한 이후 독립법인을 만들었다.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 이후 LCK는 리그에 가입한 10개 팀과 운명공동체가 됐다. 이제 리그 매출의 50%를 팀들과 분배한다. 팀들에게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신뢰를 주기 위해선 리그를 독립법인으로 만드는 게 재무적으로도, 운영적으로도 낫다고 판단했다.
이제 LCK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의 한국 프로리그 공식 명칭인 동시에 이 대회의 전반적 운영을 담당하는 법인의 명칭이다. 대회를 주관하며, 리그 운영, 방송 제작 및 송출, 부대 콘텐츠 개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업개발, 스폰서십 유치와 관리, 마케팅을 하고 있다.
LCK는 10개 팀과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우선 10개 팀의 게임단주만 모이는 자리인 이른바 리그 총회를 연다. 이 밖에 팀 사무국 관계자끼리 모이는 리그 운영위원회,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개발위원회, 마케팅위원회 등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스프링 시즌을 치르는 동안 LCK가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이었나.
“팀과의 소통이다.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 이전 팀들과 라이엇 게임즈의 관계, 도입 이후 팀들과 LCK 사무국과의 관계는 완전히 다르다. 현재는 리그 운영과 관련된 각종 사안을 놓고 팀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또한 모든 리그 구성원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 온라인 진행의 퀄리티 향상을 위해 힘썼다. 지난해 대비 퍼즈 발생률을 크게 줄였다. 선수들의 PC마다 웹캠을 설치해 현장감을 살리고자 했다. 팀들도 온라인 진행에 익숙해져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시즌을 마쳤다.”
LCK 이정훈 사무총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한국오피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한결 기자

-콜업·샌드다운 주기를 당기는 등 서머 시즌을 앞두고 일부 규정을 변경했다.
“콜업·샌드다운 제도를 조금 더 융통성 있게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나왔다. 팀들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통합 선수단 로스터 제출 시기는 이전과 같이 1, 2라운드 시작 직전으로 두되, 그 안에서 1군과 2군 명단을 보다 자주 변경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스프링 시즌 때 프레딧 브리온 ‘라바’ 김태훈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팀이 후보 정글러를 미드라이너로 기용하는 일이 있었다. 2군에 미드라이너가 있었음에도 규정이 미비해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팀이 피치 못한 사고로부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긴급 콜업·샌드다운 규정을 신설했다.
새로운 진영 선택권 규정은 팀들과 긴밀하게 논의해서 만든 방안이다. 지난달 ‘2021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치르느라 늦게 귀국한 담원 기아의 시즌 첫 경기를 금요일로 미룬 것도 나머지 팀들과 의견을 나눈 뒤 결정했다.
LCK 어워드의 후보 선정 기준은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바꿨다. 팀들과의 소통 못잖게 팬들과의 소통 역시 중요하다. 팬들께서 냈던 목소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규정 개편도 리그 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임대 제도의 부활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나.
“아직은 임대제도에 대한 팀들의 니즈가 크지 않다. 장기 계약을 맺은 선수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든 이적이든 차근히, 꼼꼼하게 제도화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선결과제가 있다. 선수와 보호자의 정확한 의사가 반영될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LCK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LCK가 지금과 같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건 훌륭한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어서다. 유망주들이 정기적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실력을 뽐낼 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KeSPA)와 함께 ‘LCK 아카데미 시리즈(LCK AS)’를 운영하고 있다.
LoL 프로게이머가 직업적으로 유의미한 선택이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1군 로스터 등록 시 최저 연봉 6000만원을 보장하고, 표준계약서를 통해 선수가 자신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받고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LCK 팀들과 선수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그들을 대변해줄 이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LCK의 이득과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하면 좋을지에 대해 항상 의견을 내고 있다.”

-LCK가 프랜차이즈화 되면 예전보다 스타 선수의 해외 진출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지난 겨울 ‘너구리’ 장하권, ‘바이퍼’ 박도현 등 스타들이 해외로 떠났다. LCK가 새로운 스타 배출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보나.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도 있지만 ‘칸’ 김동하, ‘피넛’ 한왕호처럼 프랜차이즈화에 맞춰 LCK로 돌아온 스타들도 있다. 이제 겨우 한 스플릿(시즌)이 지났을 뿐이므로, 이런 움직임이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과 어떤 인과관계를 갖는지를 설명하기는 아직 어렵다.
LCK의 시장 규모를 키우는 관점도 필요하겠지만, 이웃 지역의 시장 규모가 속된 말로 ‘넘사벽’이다. 그들과 치킨게임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선수가 LCK에서 뛰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낄까를 고민하고 있다. 선수 권익 향상 방안을 놓고 KeSPA나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속해서 어필 중이다.
‘페이커’ 이상혁, ‘쇼메이커’ 허수 같은 스타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우리 지역의 최대 장점은 재능 있는 유망주가 많다는 것이다. 유망주가 많이 발굴되고, 그들이 LCK 팀에 흡수될 수 있도록 LCK AS와 LCK CL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려고 한다.”

국내 LoL 프로대회 경기장 ‘LCK 아레나’ 전경. 라이엇 게임즈 제공

-담원 기아가 MSI에서 럼블 스테이지 1위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글로벌 e스포츠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된 불공정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글로벌 e스포츠팀이 간과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앞으로는 유사 상황 발생 시 리그, 팀, 팬과 충분히 사전에 합의하고, 상의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사무국이 아니라 LCK 팬들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글로벌 e스포츠팀에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시청층인 젊은 세대가 공정성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도 설명했다. 4강전 이후 기자회견 순서를 조정하고, 결승전 리허설 일정을 최소화해 담원 기아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최대한 늘렸다.”
LCK 이정훈 사무총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한국오피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한결 기자

-LCK의 핵심 경쟁 상대는 무엇이라고 보나.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모든 대체재가 경쟁 상대다. 영화나 스포츠는 물론, 다른 지역 리그도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LCK의 라이벌은 LCK라고도 생각한다.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늘 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LCK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LCK만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두터운 선수층이다. 우선 10개 팀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 그 밑에 있는 연습생이나, 솔로 랭크 최상위권 유저들의 분포도 촘촘하다. 다른 지역은 게임은 캐주얼하게 즐기는 유저와 커리어를 가진 선수들 간 갭이 크다. 한국과 LCK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 10년 뒤 LoL e스포츠는 어떤 모습일까.
“세대를 아우르는 e스포츠가 우리의 비전이다. 20~30년의 차이가 있는 세대가 한 콘텐츠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다. 이제 목적지까지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LoL은 콘셉트 빼고 다 다른 게임이 됐다. 앞으로도 어떤 방향으로든 달라질 수 있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를 전한다면.
“팬분들의 의견을 항상 듣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늘 변함없이 LCK에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윤민섭 이다니엘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