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신예’ 로렌초 무세티(76위·이탈리아)에 첫 두 세트를 빼앗기는 아찔한 승부 끝에 프랑스오픈 8강에 올랐다. 한 단계만 더 올라서면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과의 준결승전이 성사된다.
조코비치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9일째 남자 단식 4회전(16강)에서 무세티에 기권승했다. 무세티는 2-2(6-7<7-9> 6-7<2-7> 6-1 6-0)로 팽팽히 맞선 5세트 도중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조코비치는 2002년생으로 올해 초 랭킹이 129위에 불과했던 무세티를 상대로 경기 초반 고전했다.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첫 두 세트를 모두 무세티에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고 다시 정신을 집중한 조코비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3세트부터 무세티를 압도적으로 몰아붙여 기어코 동률을 만들었다. 4세트부터 복부와 허리에 통증을 느끼던 무세티가 5세트 4-0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하면서, 결국 조코비치는 8강행을 결정지었다.
조코비치는 경기 뒤 “5세트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많다. 그 경험이 오늘 승리를 불러왔다”며 “2세트를 마친 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게 승리에 도움이 됐다. 다른 선수가 된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상으로 아쉽게 이길 뻔한 경기를 내줬지만, 무세티도 랭킹 1위와 처음 맞붙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부상으로 물러나 아쉽다”면서도 “랭킹 1위 선수에게 첫 두 세트를 따낸 건 환상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가 한 경기만 더 이긴다면 나달과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많다.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의 기권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르고 8강에 올라온 마테오 베레티니(9위·이탈리아)를 8강에서 상대한다. 조코비치는 베레티니와 그동안 한 번 맞붙어 승리를 거둔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나달은 16강전에서 야니크 시너(19위·이탈리아)에 3대 0(7-5 6-3 6-0) 낙승을 거두고 8강행을 확정 지었다. 8강에선 얀 레나르트 슈트루프(42위·독일)를 16강에서 3대 0(7-6<11-9>6-4 7-5)으로 제압한 디에고 슈와르츠만(10위·아르헨티나)을 만난다. 1라운드부터 4경기 모두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리한 나달이기에 슈와르츠만도 제압할 가능성이 많다.
두 선수는 지난해 이 대회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쳤고, 나달이 3대 0(6-0 6-2 7-5)으로 승리하며 무실세트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이번에도 나달이 조코비치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경우 페더러(20회 우승)를 제치고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쓰게 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